미국 현지 대학교수에게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의 기업 투자유치를 부탁드렸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가 미국 내 기업 투자유치를 부탁 드렸던 분은 한국계 텍사스주립대 교수이다. 이분은 도미한 지 30여 년이 훨씬 넘어 정년 퇴임이 다 되어가고 또 미국 내 글로벌 기업 임원들과의 네트워크도 좋으셔서 부탁드렸는 데 흔쾌히 응해 주셨다. 그런데 석 달여의 시간이 지나 그분으로부터 놀라운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소개된 내용처럼 "한국은 향후 10년 동안 성장을 이어가겠지만, 이후 일본의 전철을 따라갈 것이다"는 의견이 보편적으로 퍼져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메일을 받자마자 답장을 보냈다. "한국은 특별한 나라이다. 10년 안에 새로운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답장은 그렇게 보냈지만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해 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다시금 빠지게 되었다.
10년 안에 우리나라는 새로운 성장방정식을 찾을 수 있을까? 또 대구경북은 이 소용돌이 속에 어떤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가?
다행히도 지난 수년간에 걸쳐 확산되고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트렌드가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첫째, 더 이상 "Fast Follower" 전략은 통하지 않고, "First Mover"가 되어야 한다. 둘째,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지식산업시대에 걸맞은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셋째, 갈등과 대립이 아니고 네트워킹과 협력을 바탕으로 사회 패러다임이 전환해야 한다.
대구경북이 이와 같은 트렌드를 더욱 빨리 확산하고 내재화시켜 변화의 중심에 서려면 이스라엘을 벤치마킹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이스라엘은 척박한 자연환경, 불안한 안보 상황에도 불구하고 창의성을 강조하는 교육, 과학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적인 기업 창업 등으로 세계 첨단 기술개발을 이끌어 가며 경제기적을 이룬 나라다.
이스라엘은 1948년에 독립한 것, 면적(2만2천, 2만㎡), 인구(770만 명, 520만 명) 등 외형적 모습에서 대구경북과 많이 닮아 있다. 그러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후츠파(chuzpah) 정신에 기초한 벤처 창업과 숙련된 인력을 찾을 수 있는 정도가 크게 다르다.
나스닥 상장기업 중 미국기업을 제외한 기업 중 40%가 이스라엘 기업이다. 종래 이스라엘의 전통적인 부모들은 자식이 의사나 변호사가 되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겨 왔지만 이제는 자녀들이 진정한 기업인이 되는 것이 더 큰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이상의 논의들을 바탕으로 대구경북에 반드시 필요한 몇 가지 독특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첫째, 대구경북 지역경제가 특화하려는 분야에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라도 창업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시스템을 만들어 벤처창업의 보고가 되도록 하자. 우리 청은 대구와 경북 테크노파크와 협력하여 공모에 의한 지원시스템을 만들어 보려 한다.
둘째, 지역에서 창업되는 벤처기업 등 좋은 기업의 보호장치로 기술거래소를 만들 필요가 있다. 신생기업의 경우 비용이나 인력문제 등으로 조직, 재무, 마케팅전략이 체계화되지 않아 시간이 흐를수록 생존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러한 부족한 부분을 기술거래를 통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최우수 기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해외 우수 교육기관을 유치하는 것이 절실하다. 우리 청은 경제자유구역 내에 글로벌 수준의 대학과 국내 대학 간의 공동 대학원을 설립하는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자, 이제 우리 대구경북은 선택을 하여야 한다. 수도권이 하는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여 부지런히 수도권을 따라가는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글로벌적인 시각으로 사고를 전환하여 점프업(Jump Up)하여 따라잡을 방법을 모색할 것인지 말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수도권 따라가기' 전략은 그 간격을 좁히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글로벌 따라잡기' 전략을 구사하여 변화의 길목에 미리 가서 기다리는 작전을 구사해야 한다. 대구경북이 새로운 트렌드를 확산하는 독특한 모델과 실용적인 시스템(praxis)을 미리 준비하고 빨리 정착시켜 우리나라를 선도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구경북의 젊은이여, 글로벌 세계의 중심으로 가자.
최병록/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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