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돈봉투 불똥 '국회' 넘고 '청와대' 까지…

박희태 의장 결국 사퇴

2008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 불거진 이후 국회의장 공관에 머물면서 장고를 거듭하던 박희태 국회의장이 9일 전격적으로 의장직을 사퇴함에 따라 돈 봉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박 의장의 전격사퇴를 촉발한 것이 박 의장의 핵심 측근인 고명진 전 비서가 돈 봉투 사건에 대한 당초 진술을 번복하며 박 의장과 고위급 인사들의 책임이 있음을 밝힌 사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 수사가 국회의장실 측근 인사들에서 청와대로 옮겨가면서 파장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전당대회 당시 박 의장 측 선거운동을 총괄하다시피 한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가 불가피해지는 등 돈 봉투 파문의 불똥은 청와대로도 튄 것이다. 돈 봉투 사건은 이제 검찰 수사 진척에 따라 총선 국면에서 당명까지 개정하면서 과거 정치와의 절연에 나선 새누리당을 압박하는 새로운 악재로도 등장한 셈이다.

또한 국가 권력서열 2위인 국회의장이 검찰 수사와 관련해 중도에 물러나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인데다 4'11 총선을 불과 62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총선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의 전방위 공세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여권은 "초대형 악재가 터졌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당헌'당규와 당명까지 바꾸며 전방위 쇄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새누리당은 이번 사건으로 그간의 쇄신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박 의장이 그동안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보겠다면서 자신의 혐의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의장직을 자진사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옴으로써 사태를 키워왔다는 비판이 새누리당 곳곳에서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곧 과거와의 단절 선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민심이반으로 안 그래도 총선이 어렵게 생겼는데 이번 사건으로 더욱 어렵게 됐다"면서 "이번 사건으로 민심이 더욱 흉흉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당 일각에선 차제에 이명박 정부와 단절을 더욱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목소리가 확대될 경우 대통령 탈당 등의 사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박 의장의 의장직 사퇴서는 16일 열릴 예정인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상 국회의장 후임은 궐위된 직후 곧바로 선출해야 하지만 총선을 60여 일밖에 남기지 않은 정치일정상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대행하는 체제가 될 가능성도 크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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