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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인물] '하모니카의 제왕' 래리 애들러

하모니카는 인간의 숨결과 가장 가까운 악기이다. 내쉬는 숨은 물론이고 들숨으로도 소리를 낼 수 있는 드문 악기이다. 한 손에 잡히는 이 작은 악기에는 아련한 추억과 감성을 부르는 남다른 매력이 있다. 하모니카는 그러나 서양음악에서 주류 대접을 받지 못했다. 음량이 작아 다른 악기들과의 협연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했기 때문이다.

클래식 음악에서 하모니카를 연주회용 악기로 수준을 격상시킨 이가 있다. 래리 애들러(Larry Adler)다. 1914년 오늘 미국 볼티모어에서 태어난 애들러는 음악원에서 재능 없는 학생으로 판정받아 퇴학당하는 수모까지 겪었지만 결코 하모니카를 포기하지 않았다. 잡지 팔아 모은 돈으로 음반과 연주회 표를 사서 음악을 들었다. 독학으로 공부를 하다 보니, 프랑스 작곡가가 자신을 위해 하모니카 협주곡을 써준 1940년까지 악보를 읽지 못했다.

애들러는 하모니카의 표현력과 가능성을 극대화시켰다. 화려한 기교를 바탕으로 그는 클래식 음악에서부터 재즈와 영화음악에 이르기까지 자유자재로 장르를 넘나들었다. '하모니카의 제왕' '하모니카의 비르투오조'라고 불린 그는 2001년 8월 7일 8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김해용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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