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그믐날 7시간에 걸쳐 가야산을 올랐다. 해발 1430m의 가야산은 나의 고향이며 가족 간의 결속을 다지는 큰 힘이 되었다.
오랜만의 산행이라 올해 중학생이 되는 딸아이는 힘들었는지 점심으로 사간 컵라면을 먹고선 그만 내려가자고 성화를 부렸지만 정상을 다녀오는 사람들의 '설경이 끝내주더라'는 극찬에 발길을 되돌릴 수가 없어 '조금만 더 가보자'며 달랬다.
겨울산은 무척 낭만적이었다. 산호는 바닷속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눈 쌓인 나무는 아름다운 산호를 연상케 했고 흰 눈을 잔뜩 뒤집어쓴 소나무는 어린 시절 많이도 먹었던 쑥버무리를 닮았었다. 나무 지팡이를 꽂아 적설량을 가늠해 보기도 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아내와 딸의 뒤통수에다 눈뭉치를 던지기도 하면서 오르는 산행은 겨울산행의 묘미를 느끼게 했다.
'반드시 정상까지 오르고 말 테야'라고 생각했다면 긴 산행에 지레 포기했을 수도 있었을 것을 눈 쌓인 산길을 즐기며 웃으며 또 느끼며 오르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 도착했다. 쌓인 흰 눈을 본 것도 오랜만이었고 그 눈을 걱정 없이 마음껏 즐기면서 본 것도 역시 오랜만이었다. 카메라를 어디에나 들이대도 모두가 절경인 경치 속에서 새삼 자연의 위대함도 느꼈고 더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다소 힘들어하는 딸아이를 격려해 가며 한마음으로 올랐던 가야산 산행으로 올 한 해를 건강하게, 힘차게 살아낼 수 있을 것 같다. 힘은 들었어도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한 가야산이 참 고맙다.
김인식(대구 남구 대명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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