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운영하고 있는 스포츠팀은 몇 개나 될까. 삼성라이온즈 야구단과 수원삼성블루윙즈 축구단, 삼성썬더스 농구단(남자), 삼성생명 비추미 여자농구단, 삼성화재 블루팡스배구단 등 5개의 프로스토츠단이 있고 탁구와 레슬링(이상 삼성생명), 테니스(삼성증권), 럭비(삼성중공업), 배드민턴(삼성전기), 태권도(에스원), 육상(삼성전자) 등 7개 아마추어 분야에서도 스포츠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게임단인 '칸'과 남녀팀을 구분하면 무려 19개의 팀을 갖춘 국내 최대의 스포츠왕국이다. 스포츠단 외에도 삼성은 대한육상경기연맹과 대한빙상경기연맹, 대한레슬링협회 등 3개 단체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삼성이 없는 한국스포츠의 미래는 상상할 수도 없게 된 셈이다.
지성하(59) 삼성스포츠단 총괄단장은 삼성의 모든 스포츠단을 총괄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삼성라이온즈와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계열사 소속 팀이 각각 운영되고 있지만 연간 1천억원 안팎의 예산을 쓰고 있는 삼성스포츠단을 '삼성'이라는 그룹 이미지에 걸맞게 지원하고 마케팅 하는 등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다.
2010년 말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CEO)에서 삼성스포츠단 총괄단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 단장은 사상 처음으로 각 경기단장과 감독, 코치 등 스태프들을 모아 삼성스포츠단의 철학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스포츠를 통해 더 나은 삶과 사회를 만들고 우리 사회에 감동을 주고 활력과 신뢰를 심어주는 한편 열정과 도전의식을 심어주자.'
지 단장은 "삼성에는 삼성정신이 있다. 삼성스포츠단에는 삼성스포츠정신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강한 자신감과 삼성의 철학을 함께 강의했다.
그 결과가 지난해 삼성라이온즈의 값진 우승이었다고 지 단장은 꼽았다. 그는 선동열 감독에 이어 바통을 이어받은 신예 류중일 감독이 자신이 강의한, 오늘날의 세계 일류 기업 삼성이 삼류시절을 겪고 성장하기까지의 성장 과정을 이야기해 준 삼성정신에 대해 감동을 받고 선수들에게 삼성정신을 불어넣으면서 우승을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지 단장은 누구보다 애사심 강한 '삼성맨'으로 일한 지 올해로 34년이 지났다. 1978년 공채 19기로 입사, 삼성코닝 경리담당업무를 시작으로 삼성 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 등 핵심부서에서 잔뼈가 굵은 2006년 1월 입사 동기 중에서 가장 먼저 삼성물산 사장으로 CEO에 오르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삼성물산 상사부문 CEO로 5년을 일하면서 그는 무역 부문에 치중해 있던 삼성물산을 에너지와 자원개발 쪽으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 성공시켰다.
그는 개도국에서 선진국형 경제로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1970, 80년대의 삼성물산의 종합상사 기능이 약화됐다는 점을 파악하고 에너지자원개발과 플랜트 수출을 통해 사업구조를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종합상사는 물건을 사서 파는 것이 기본이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 경제 부문에서도 민주화가 진행됨에 따라 삼성물산은 계열사의 물량을 모두 각 계열사로 돌려주고 화학과 철강 등의 품목만 수출하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발전소와 댐 등의 플랜트 수출과 금융을 결합,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방식의 사업을 전개한 것이다. 그러나 종합상사의 이런 투자는 사실 위험부담이 많았다. 리스크 투성이었다. 이에 그는 관리범위를 벗어나는 일을 하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먼저 구축했다.
그 결과 카자흐스탄에서 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을 성사시키는 데 성공했고 캐나다 풍력발전소 건설 사업은 최대의 성과였다. 반면 지 단장이 사장 취임 후 첫 투자사업으로 추진했던 앙골라 선박수리조선소 운영은 3년 만에 실패로 끝났다.
지 단장은 삼성그룹 사장단이 매주 수요일 아침마다 모여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수요회'에 나간다. 수요회에 참석하는 멤버들 중에서 부회장 4명을 제외하고는 세 번째쯤 될 정도로 서열이 앞선다.
그는 이에 대해 "(삼성에서) 34년 동안 시속 120㎞ 이상의 속도로 앞만 보고 달려가다가 지금은 60㎞로 속도를 늦추면서 페이스를 조절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참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는 삼성에 입사하기 전 고교 졸업 후 바로 한국은행에 들어가 일하면서 대학을 다녔기 때문에 40여 년을 일한 셈이다.
그의 고향은 경북 의성군 단촌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교감선생님인 아버지가 자주 학교를 옮긴 덕에 점곡과 사곡, 가음, 다인 초등학교를 거쳐 금성초교를 졸업하는 등 의성에서만 무려 다섯 곳의 초교를 섭렵했다. 금성중, 대구상고,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재무관리학 석사를 땄다.
의성이 고향인 김주수 전 농림부 차관과는 성대 경제학과 동기로 지 단장이 한국은행을 다니면서 성대에 입학하자 외환은행을 다니던 김 차관도 같은 과에 입학, 같이 공부한 인연을 공유하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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