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게 불법포획 단속현장… 걸린 무법자들 이웃사촌에 분풀이

돌아오는길 자망 '싹뚝' 남의 재산에까지 피해

이달 6일 경북도 어업지도선이 울진 앞바다에서 불법으로 게를 잡으려던 포항 선박을 잡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북도 제공
이달 6일 경북도 어업지도선이 울진 앞바다에서 불법으로 게를 잡으려던 포항 선박을 잡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북도 제공

"저 배가 수상하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작전개시"

경북도 수산과 허필중 팀장의 작전개시 명령에 106t의 육중한 경북도 어업지도선이 파도를 가르며 전진했다. "정선, 정선, 정선…" 허 팀장의 외침에 배가 멈추자, 어업감독 공무원 3명이 재빨리 배에 올라탔다.

◆동해바다에서의 추격전

이달 6일 오후 1시 30분, 울진 앞바다는 쫓기고 쫓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연안 수심 420m 안에서는 통발을 이용한 대게조업이 안되지만, 7.93t의 포항어선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불법조업을 자행했다. 겉으로는 허가받은 자망작업을 하는 것처럼 눈속임을 하고 뒤로는 대게잡이에 열을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배가 접근하자 작업을 하던 이들은 통발을 그대로 버리고 합법을 위장했다. 하지만 단속에 나선 어업감독 공무원 이해곤 씨는 배에 남아있던 통발을 놓치지 않았다. 등딱지가 9㎝에 미치지 못하는 어린대게와 암컷대게를 마구 잡아내는 70㎜의 그물코를 발견한 그는, 불법조업을 한 선주에 대해 '불법어구 적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넘겼다. 불법조업으로 적발된 선주나 선원들은 돌아가는 길에 분풀이로 주위에 설치된 그물을 잘라버기기 일쑤인데 이날도 어김없이 이 배가 돌아간 길목에 있던 어민들의 멀쩡한 자망이 갈래갈래 잘렸다.

단속공무원들은 "소중한 어자원의 씨를 말리는 것도 부족해 지역어민들의 재산까지 훼손한다"며 치를 떨었다. 하지만 증거가 없어 또 한번 분노를 삼켜야 했다. 허 팀장을 중심으로 한 8명의 어업감독 공무원은 대게가 한참 잡히는 3월 말까지 매일같이 바다를 지켜야 한다. 그들은 지키는 것이 힘든 게 아니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것이 화난다고 입을 모았다.

◆감시 느슨한 오후 시간대 불법조업

통발을 이용한 대게 불법 조업을 일삼는 포항, 영덕지역의 배들이 울진으로 올라오면서 울진군과 경북도, 포항해경이 합동으로 '대게 사수'에 나섰다. 경북도는 불법조업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 불법포획에 대한 처벌수위도 기존 벌금형에서 형사처벌이 가능한 수준까지 법개정 건의를 추진하고 있다.

울진군과 경북도, 포항해경 등에 따르면 최근 포항과 영덕 등지에서 대게를 잡던 어선들이 자원고갈로 조업에 어려움을 느끼면서 비교적 대게자원이 풍부한 울진 연안까지 올라와 불법조업을 일삼고 있다. 이들은 일반 대게잡이 어선들이 새벽시간대에 조업에 나서는 것과는 달리 감시의 눈을 피하기 위해 오후 시간대에 수시로 바다를 드나들며 통발을 이용해 대게를 불법으로 잡고 있다. 법적으로 연안 수심 420m이내에서는 통발로 대게를 잡지 못하게 돼 있지만, 이들은 그물코가 70㎜에 불과한 통발을 이용해 어린대게(등딱지 길이 9㎝ 이하)와 대게암컷까지 마구잡이로 잡고 있다. 대게 씨를 말리고 있는 이들의 불법조업은 갈수록 늘고 있지만 현장검거가 어렵고 조업수법 역시 워낙 교묘해 관계기관이 단속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력한 처벌 있어야 수자원 보호

허필중 팀장은 "현장을 잡기 어렵고, 잡았다하더라도 통발을 그대로 버리기 때문에 대부분 '불법어구 적재' 혐의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며 "하루 빨리 불법포획에 따른 처벌수위가 유통으로 얻는 이득(돈)보다 낮은 불합리한 구조를 바꿔야 어자원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이해곤 씨는 "대게 불법조업이 돈이 되다보니 이를 전문적으로 하는 조직이 있다"며 "이들 때문에 지역에서 선량하게 조업을 하는 어민들까지 욕먹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이달 5일 영덕 앞바다에서 불법 대게조업이 의심되는 포항어선(5.85t)과 6일 오후 울진 앞바다에서 같은 혐의로 보이는 포항어선(7.93t) 선주들을 잇따라 적발해 경찰에 넘겼다. 포항해경도 6일 오후 울진 앞바다에서 불법으로 대게를 잡으려던 강구어선(4.7t)을 적발해 수산업법(불법어구 적재)위반 등의 혐의로 조사 중이다.

이처럼 포항과 영덕배들이 울진에서 불법대게 조업을 하다 경북도와 포항해경에 적발된 사례는 올들어서만 12건. 지난해에 94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게 제철을 맞은 지금부터 이들의 불법조업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이들 어선을 적발하긴 했지만 포획한 대게는 이미 자취를 감췄고, 불법으로 대게를 잡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어구만이 있어 강력처벌이 어렵다"며 "울진 앞바다에서 불법대게 조업을 하는 외지어선이 계속 늘고 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조치가 지속적인 지도점검밖에 없다는 점에서 답답하다"고 했다.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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