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여행작가들은 여행 가서 뭘 먹을까?

사단법인 한국여행작가협회 지음/ 예담 펴냄

항상 길 위에서 사는 사람들인 여행작가들이 의기투합해 이번에 전국 곳곳에서 만난 맛집들을 책으로 펴냈다. 음식은 여행에서 한 축을 이루는 주요 항목이니 여행정보를 제공하는 이들이 전국의 맛집들을 그냥 넘겨버렸을 리는 없다. 이 책에는 여행작가들이 내로라하는 음식점들을 들락거리면서 경험한 맛과 정보가 담겨 있다.

책에는 27명의 여행작가들이 각각 한 가지씩 메뉴를 할당받아 추천한 2∼4곳씩의 맛집이 실려 있다. 이렇게 책에 소개된 맛집이 90곳이다. 그렇다고 건조하게 맛집 소개만으로 채워진 것은 아니다. 각각의 음식들에 대한 추억과 감상 등을 서두에 싣고 그 뒤에 그에 걸맞은 맛집을 추천하는 식으로 엮어졌다.

예를 들면 한 작가는 무를 썰어 넣어 밥을 지은 '무밥'을 생일 아침 밥상으로 받았던 어린 시절의 서운했던 기억과 초라한 생일상에 풀이 죽은 딸을 위해 장에 나가 생전 처음 무 장사에 나서 생선이며 미역을 사들고 돌아와 생일 저녁밥을 차려낸 어머니의 이야기를 뭉클하게 풀어놓는다. 그런 뒤 그 추억에 걸맞은 맛을 내는 무밥과 곤드레나물밥, 시래기밥의 맛집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맛집의 메뉴를 정하면서 저마다 자신 있는 분야를 골랐다. 예컨대 부산이 고향인 작가는 대학시절 1주일에 3, 4차례 찾았던 부산의 돼지국밥 골목을 섭렵하며 맛집을 골라내고 6'25전쟁 때 월남한 이북 출신의 아버지를 둔 작가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입맛을 들여온 냉면 맛집을 순례하며 품평을 한다. 음식의 맛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취재를 통해 알게 된 식당의 오랜 내력을 풀어내기도 하고 조리과정까지도 곁들인다.

독자는 이 책을 편안하게 읽을 수도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메뉴의 이름난 맛집이 소개된 부분을 접어뒀다가 여행길에 찾아가도 좋다. 315쪽, 1만4천800원.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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