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늙은 소나무 하나
겨우 세 평짜리 안방에서
뼈만 앙상한 제 면적조차 과분하다며
허옇게 이파리 떨어뜨린다
-'돛대-유배시편 1' 부분
첫 시집 '신처용가'에서 여성의 내면적 욕망을 억압하고 괴롭히는 일체의 관습적 사회제도와 부조리한 사회규범, 남성중심주의 폭력에 대해 야유와 풍자로 항거함으로써 주목을 받았던 시인이 남성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다섯 번째 시집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첫 시집에서 예고하고 경고했던 여성들의 세상이 너무나 빨리 찾아왔다는 것을 깨닫고 놀랐다는 설명이다.
한창 나이에 직장과 삶의 현장에서 퇴출 당해 자존심의 돛대가 부러져 어둠 속을 헤매는 남성들은 '삶으로부터 유배당한 현대판 귀양살이'나 다름 없다는 것. '유배시편'은 고립감과 소외감에 시달리며 대책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처연한 아픔과 내면풍경을 그려낸 보기드문 성과물이란 평가이다.
또한 상실감과 단절감이라는 유배지의 보편적 정서에도 불구하고, 추사 김정희와 다산 정약용 등은 유배지에서조차 새로운 희망을 찾고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을 현대인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시인은 '신처용가' '위기의 꽃' '불의 눈빛' '영상시집' '바람다비제' 등의 시집을 펴냈으며, 현재 대구문학 아카데미(효성병원 별관)와 인터넷 포엠토피아에서 시창작을 강의하고 있다. 140쪽, 1만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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