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사학재단 비도덕성 용납해서는 안 돼

숙명여대가 1995년부터 2009년까지 15년 동안 기부금 685억 원을 재단 지원금으로 둔갑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현행 사립학교법에는 기부금은 교비에 포함해 사용하게 돼 있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이렇게 기부금을 재단이 가져간 사립대학이 숙명여대 외에도 11곳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숙명여대 사건은 사학재단의 부도덕성을 잘 보여준다. 숙명여대를 경영하고 있는 숙명학원은 공익법인 형태지만 이사회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사장을 중심으로 7명의 이사가 모두 이사장 측근이다. 이사장이 파행해도 내부에서는 이견이 나올 수 없는 구조이다. 실제로 대학 측이 이사회 운영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자 총장 이하 교직원의 복종 의무와 집단행동 금지 의무를 넣은 운영 규칙을 제정할 정도다. 여기에는 정부의 정책도 한몫했다. 1994년부터 시행한 대학종합평가에 재단 지원금 항목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을 많이 받아야 하는 사학재단으로서는 어떤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지원금 액수를 늘려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런 편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숙명여대가 기부금을 재단 지원금으로 둔갑시킨 방법은 간단했다. 기부금을 재단 계좌로 이체시키고 나서 다시 학교 계좌로 넘겨 마치 재단이 학교에 지원금을 낸 것처럼 만든 것이다. 감사원이나 교과부가 제대로 관리 감독을 했더라면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15년 동안이나 편법을 사용한 것은 폐쇄적인 사학재단의 구조적인 문제와 관리 감독이 소홀했기 때문이다.

사학재단의 문제점이 거론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연간 수십억, 수백억 원을 국민 세금으로 지원받아 운영하면서도 학교를 개인 소유물로 여긴다. 설립자나 이를 세습한 설립자 가족을 중심으로 족벌 체제를 유지해 온갖 비리를 저지른다. 내 학교니까 내 마음대로 한다는 식이다. 당연히 법적으로 금지한 등록금을 유용하거나 교비를 횡령해도 별다른 죄의식이 없다. 이는 지방의 사학재단일수록 더욱 심하다.

정부는 사학재단에 대한 관리 감독을 더욱 철저하게 해야 한다. 말로만 제재 엄포를 놓거나 솜방망이 처벌을 할 것이 아니라 장기간 조직적으로 비위를 저지른 사학재단은 국가 지원금을 없애는 등, 보다 효율적으로 제재해야 한다. 또 사학재단도 대학이 더는 개인 사유물이 아니라 사회적 공기(公器)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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