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빌 게이츠와 농업혁명

최근 빌 게이츠가 올해의 목표는 농업혁명이라고 선언한 게이츠재단의 연례서한이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 농업계로서는 정말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이 연례서한에는 농업, 특히 연구 분야 투자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10억 명이나 되는 지구촌 인류, 즉 7명 중의 1명이 굶주리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아가 빌 게이츠는 1960년대 쌀, 밀 등의 종자 개발을 통해 생산량을 늘리고 식량 가격을 낮추었던 녹색혁명이 오늘날에도 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업혁명이 보다 나은 세계를 위한 열쇠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약 2년 전에 어느 신문에서 빌 게이츠, 노먼 볼로그와 박정희 대통령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하는 화두를 던졌다. 그리고 그것은 녹색혁명이라고 하면서 빌 게이츠가 지구촌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특히, 아프리카의 녹색혁명을 위해 힘쓰고 있다는 요지의 글을 쓴 바 있다. 금년 초에도 필자는 세계사에 큰 족적을 남긴 100여 명이 넘는 위인들의 식량농업 이야기를 담은 '세기의 리더들 식량을 말하다'라는 책을 발간하면서, 빌 게이츠의 농업관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소개하였다. 이는 오늘날 젊은 사람들의 우상인 빌 게이츠가 첨단산업 IT 다음의 목표로 농업혁명을 설정하고 있다는 특별한 사실이 우리 젊은이들에게도 영향을 주어, 인재난을 겪고 있는 농업계에 많은 유능한 젊은이들이 뛰어들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빌 게이츠는 2009년 10월 세계식량상(참고로 세계식량상은 농업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데, 지난해는 브라질 룰라 전 대통령과 가나 존 쿠푸오르 전 대통령이 공동 수상했다) 심포지엄 연설에서 지구촌 식량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기본 구상을 상세하게 밝힌 바 있다. 빌 게이츠는 1960년대의 녹색혁명은 20세기의 가장 큰 성과 중의 하나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당시 녹색혁명의 성과가 남미와 인도, 파키스탄 등 아시아에는 도달했지만, 아프리카까지는 못 미쳤기 때문에 향후 녹색혁명은 아프리카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빌 게이츠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4분의 3이 아주 작은 땅을 경작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소농의 생산성 향상에 주목한다. 소농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수지맞는 농사를 짓게 하면 빈곤문제를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소농이 빈곤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해결의 열쇠라고 생각한다. 특히 개도국 소농들이 생산성을 높이려면 과학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가뭄에 더 잘 견디고, 홍수에도 잘 자라며, 병해충에도 더 강한 작물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향후의 녹색혁명은 높은 생산성과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러면 1960년대 녹색혁명을 이룬 공으로 1970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노먼 볼로그 박사가 꿈꾸는 배고픔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빌 게이츠의 이런 뜻은 홍익인간이라는 대한민국의 건국이념과 일맥상통한다. 최근 지구촌 빈곤 경감을 위해 우리나라와 게이츠재단은 협력사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2010년에 출범한 9억달러 규모의 국제 농업식량안보기금에 우리는 5천만달러(출연국 중 네 번째 규모)를, 게이츠재단은 3천만달러를 출연하고 있다. 또한 게이츠재단과 우리 정부는 공동으로 에티오피아 빈곤 퇴치를 위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게이츠재단과의 협력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여 보릿고개를 없앤 한국의 녹색혁명의 수확을 아프리카 땅에서도 거둘 수 있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국격 제고로 이어질 것이다. 나아가 보다 나은 세계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날은 대외적으로 개도국의 10억 명은 빈곤한 반면, 선진국의 10억 명은 비만과 과체중으로 고통을 겪는 아이러니한 시대로서, 그 어느 때보다 세계시민의식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2020년 농식품 수출 300억달러 달성과 한식 세계화, 국제사회 기여를 통한 국격 제고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부응하여 필자는 농학, 농업경제학이나 식품산업을 전공하는 젊은이들은 물론,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강하게 권유한다. 이제는 한국 농식품 산업의 중흥을 위하여 농식품계에 과감하게 뛰어들고, 농식품 수출과 한식 세계화의 역군이 되며, 세계 시민의식으로 국제농업협력사업에 동참하여 지구촌 빈곤 문제 해결에 이바지하는 등 보다 나은 세계를 위하여 농업혁명에 힘차게 나설 때라고.

나승렬/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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