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생 2막은 약사국가고시 합격으로 홈런 쳤지요"

35년 전 입학한 영남대 약대 졸업 김우일 씨

"인생 2막에 홈런 쳤어요." 35년 만에 영남대 약대에 재도전해 졸업하고 약사국시에 합격한 김우일 씨가 활짝 웃고 있다.

"35년 전에 입학한 대학을 환갑을 몇 해 앞두고 이제야 졸업합니다. 주위의 응원 덕분에 약사국시까지 합격해 정말 기쁩니다."

올해로 만 56세가 된 김우일 씨는 22일 영남대 학위수여식에서 약학사 학위를 받는다. 35년 전 중도포기했던 영남대 약대에 우여곡절 끝에 재입학해 졸업과 함께 약사국가시험에까지 합격, 인생 2막을 연 것.

그의 '인생 1막'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1977년 영남대 약대에 진학, 개인 사정으로 1학년만 마치고 미등록 제적을 당했다.

김 씨는 약대에서 제적된 뒤 적성에 맞지 않는 길인가 싶어 다른 대학에 입학해 경제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증권사를 잠시 거쳐 국내 굴지의 전자회사에서 10여 년간 근무하면서 상당한 직위에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1996년 명예퇴직을 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듬해 IMF 외환위기를 맞아 빈털터리가 됐다. "사업이 망하고 백수 신세가 됐을 때는 정말 죽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가족을 위해 포기할 수 없었다. 주위의 도움으로 생맥주집을 시작한 그는 재기에 성공했고, 50대에 접어들면서 경제적 기반도 든든해졌다. 그제야 그는 20대에 포기했던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다. "'100세 시대'라는데 나머지 절반의 인생은 새롭게 살아야 하지 않겠냐 싶어 과감히 도전장을 던졌죠."

그는 2009년 3월 영남대 약대에 재입학했다. 30여 년 만에 시작한 공부가 쉽지는 않았다. 사업과 학업을 병행하다 보니 2학년 1학기에는 학사경고까지 받고 말았다. 결국 사업을 정리하고 3학년부터는 학업에만 매달렸다.

"지난해에는 약사국시까지 준비하느라 정말 힘들었습니다. 자신들의 시험준비만으로도 충분히 벅찼을 텐데 귀찮은 내색 한 번 없이 도와준 과대표 오도경 학우를 비롯해 여러 동기들과 교수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지난해 영남대 의예과에 입학해 지난 1년간 등굣길 말벗이 되어 준 아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네요."

이제 그에게는 소박한 꿈이 또 하나 생겼다. "환자의 입장이었을 때를 잊지 않고 먼저 다가서는 약사가 되겠다"고 다짐한 그는 "약국 개업 후 정기적으로 조촐한 공개강좌를 열어 일반인도 약에 대한 상식은 물론 전문지식까지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돕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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