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천년 석탑 앞에 무덤 덩그러니…

경주 주요 유적지 일반 묘지로 뒤덮여…市 "규제방법 없다" 방치

남산 불곡여래좌상 오른편으로 2개의 분묘가 들어서 있다.
남산 불곡여래좌상 오른편으로 2개의 분묘가 들어서 있다.
원원사지 쌍탑 사이 금당지 자리에 분묘가 들어서 있어 혐오감을 주고 있다.
원원사지 쌍탑 사이 금당지 자리에 분묘가 들어서 있어 혐오감을 주고 있다.
신라최초 궁궐터였던 창림사지의 삼층석탑 바로 옆에는 언제 들어섰는지 알 수 없는 분묘가 들어서 있다. 이채수기자
신라최초 궁궐터였던 창림사지의 삼층석탑 바로 옆에는 언제 들어섰는지 알 수 없는 분묘가 들어서 있다. 이채수기자

천년고도 경주의 주요 유적지에 일반 묘지가 상당수 들어서 있지만, 경주시는 법적 규제 방법이 없다고 방치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본지 취재 결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경주남산, 선덕여왕릉 인근의 낭산지구, 무열왕릉과 법흥왕릉 인근 등 경주의 주요 유물유적지에 일반 분묘가 산재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주 남산에 있는 통일신라시대 절터인 창림사지(昌林寺址) 삼층석탑의 경우 석탑을 보호하기 위한 펜스 안에 묘지가 버젓이 들어서 있다. 창림사지는 삼국유사에 월성 이전의 신라 최초 궁궐터로 기록된 유적이지만, 석탑 바로 옆에 조성된 묘지가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창림사지 일대에는 이 묘지 외에도 7, 8기의 불법 분묘가 석탑과 궁궐터 일대에 흩어진 채 방치돼 있다.

경주시 외동읍 모화리 사적 제46호인 원원사지(遠願寺址) 쌍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원원사는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 감은사지 동탑과 서탑처럼 사찰 입구에 쌍탑이 들어서 있고 부처를 모셨던 금당지를 지나 강당자리까지 통일신라시대 가람방식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찰이다. 그러나 금당지 바로 앞 쌍탑 중앙에 1기의 묘가 들어서 있고, 강당자리 등 사찰터 인근에 10여기의 묘지가 들어서 있다.

경주지역 주요 불상 앞에 묘를 쓰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경주 남산 자락의 할매부처로 불리는 보물 제198호 남산불곡여래좌상(南山佛谷如來坐像)의 경우 부처 바로 옆에 2기의 묘가 들어서 있다. 불곡여래좌상은 경주 장창골 애기부처와 배리 삼존불과 함께 산라석불로는 이른 시기인 7세기 전반에 만들어졌으며 자연석을 1m가량 파내 감실로 만든 귀한 유물이다.

경주 국립공원사무소에 따르면 현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남산에만 대략 3천 기의 분묘가 있으며 선덕여왕릉 주변과 무열왕릉과 법흥왕릉이 있는 선도산 주변에도 수백여 기의 분묘가 공동묘지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

김정화 서라벌 문화연구소장은 "국립공원 중요문화재 내에 묘지를 설치하는 행위는 왕릉 또는 귀한 유적지 터에 묘를 쓰면 후손들이 잘된다는 그릇된 풍수사상으로 비롯된 것"이라며 "이는 관광객과 지역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 유적지 훼손 우려까지 있기 때문에 빠른 이장 조치 등 관계기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주시 문화재 관련부서는 "중요 유적지이지만 문화재 정비사업이 있을 때 공고 등을 통해 이장 등을 종용할 수 있을 뿐 현행 문화재 관련법으로는 강제할 규정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김영창 시민기자 scouterkim@hanmail.net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