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마트TV 인터넷, KT 對 삼성 '힘대결'

KT, 과부하 이유 접속차단…삼성, 법적조치 불사 항의

통신업계와 스마트TV 사업자가 '망 이용대가'를 두고 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T는 이달 10일 오전 9시부터 삼성전자 스마트TV의 인터넷 접속을 제한했다. 스마트TV가 고화질 대용량 동영상을 전송해 자사의 통신망에 과부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법적 조치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소비자에 막대한 피해를 유발하는 갑작스러운 조치를 KT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망중립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 정신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KT의 접속 차단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마트TV는 망중립성과 연관 없다?

이번 논쟁의 핵심은 '망중립성'이다. 망중립성은 네트워크 사업자가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어떤 차별도 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지난달부터 방송통신위원회가 시행하고 있는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에는 '인터넷 차단 금지'를 명문화하고 있다.

반면 가이드라인에는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 측면'도 담겨져 있어 이를 망중립성과 연관 지을 경우에는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합리적 트래픽 관리란 망의 보안성과 안정성, 일시적 과부하 등 망의 혼잡 해소를 위해 통신사가 트래픽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차단과 합리적 트래픽 관리 어느 것을 우선순위로 놓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KT 측은 합리적 트래픽 관리를 들어 이번 접속차단이 망중립성과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통신사의 가입자 선로를 이용해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함으로써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제공에 문제가 생긴 경우를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제79조 제1항'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나라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특별조항이나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미국의 망중립성 고시에는 빠른 속도를 원하는 인터넷 사업자들에게는 추가요금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예외조항이 들어있다.

◆결국은 '망 이용대가'가 쟁점

방통위는 지난달 망중립성 가이드라인 시행과 함께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정책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트래픽 관리 세부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자문위원회에는 통신사, 제조사, 포털, 케이블, 소비자단체 관계자 등 26명으로 구성됐다.

자문위원회를 통해 망중립성에 담긴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에 대한 기준 마련을 한다는 취지지만 사실상 '트래픽에 대한 망 이용대가' 기준을 만드는 과정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KT가 접속 제한 조치를 취한 것은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강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풀이도 나온다. 스마트TV 구매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업계 1위인 KT가 선제공격에 나섰을 것이란 해석이다.

현재 KT 인터넷 가입자는 780만 명으로 시장점유율은 약 44%다. 이 중 스마트TV를 인터넷에 연결해 쓰는 이용자는 10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역시 "스마트TV의 과다 트래픽에 대해서는 망 이용대가가 필요하다"며 가세하고 있다.

◆망중립성 논란, 어디까지 번질까

문제는 스마트TV로 시작된 망중립성 논란이 대용량 네트워크 서비스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각 방송사들이 앞다퉈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실시간 방송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동영상 트래픽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KT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에서 3G 트래픽 비율 중 멀티미디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56.2%다. 웹(17.8%) 아이튠즈(7%) 기타(19.1%)와 비교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MBC 푹(pooq)의 경우 PC와 모바일을 포함한 최대 동시접속자수는 7만 명에 이른다. 인기 프로그램이 방송될 때는 4만~5만 명 정도의 접속자가 몰린다. KBS 'K플레이어'도 최대 접속자수 6만4천 명, 일일 이용자수는 최대 24만 명 이상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실시간 방송 서비스는 기존 메시징 서비스나 모바일 인터넷 전화(m-VoIP)와는 차원이 다른 트래픽을 유발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단 KT는 이번 조치를 무선까지 확대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이다. 현 상황에서 가장 문제는 일시에 대용량 동영상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스마트TV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망중립성 논의 당시 통신사 관계자들은 "스마트TV처럼 새로 등장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이용대가를 부과해야 하고 제조사는 최소한 서비스 제공 전 네트워크 사업자와 제휴 등 선행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VOD나 비디오 트래픽에 대한 과금문제로 유선망을 이용하는 비디오 서비스 등의 과금 문제가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스마트TV 사업자가 통신사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할 경우 이를 선례로 인터넷전화 나 동영상 서비스 등 과다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서비스에 대해 통신사가 서비스를 제한하거나 망 이용대가를 요구할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TV를 둔 이번 갈등은 허술한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으로 촉발된 첫 번째 문제"라며 "앞으로 등장할 대용량 네트워크 서비스들이 모두 이 같은 문제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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