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나중에 어른이 되면 뭐가 되고 싶으냐"고 선생님이 물어봤다. 대부분의 어린 우리는 장군이 되고 싶다거나 판사 혹은 과학자,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했다. 당시의 우리에겐 멋있게 보이는 것은 모두 마음만 먹으면 다 되는 줄 알았다.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그 희망은 조금씩 현실화되어 갔다. 놀러 갔던 친구의 집이 근사하고 그 아버지가 회사를 운영하는 분이었다면 나도 사장님이 되어 이보다 더 멋진 집에서 살고 싶고,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되면 주저 없이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요리사, 제빵사, 기능사로 진로를 바꿔 새로운 희망과 각오로 정진했다. 대학생이 되었을 때는 대기업 취직을 목표로, 졸업이 가까워져 오면 그저 중소기업에 취직만 해도 자신의 미래를 아름답게 설계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세상사 내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이었다.
이제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는 우리는 어떤 희망을 품고 있으며 어떤 목표를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을까. 필자는 간혹 사회 초년생 시절에 세웠던 목표를 현실에서 비교해보곤 한다. 20년 전, 10년 전에 세웠던 목표치에 얼마나 근접해 있으며, 또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가까워져 있는지 생각해 보지만 공연히 헛웃음만 나온다. 그러면서 목표는 희망사항일 뿐, 오히려 급변했던 지난 세월동안 격렬한 몸부림으로 오늘까지 살아남은 것은 그 목표를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고 애써 자위해 왔다.
오늘날 대부분 어른은 말한다. 우리가 예전에 세웠던 그 목표는 꿈이었을 뿐이라고, 그리고 최소한의 목표라도 이루려면 자신의 노력과 시대의 흐름, 그리고 또 다른 조력자 등 3박자가 역순으로 잘 맞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하곤 한다. 사회정의를 부르짖는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들에겐 참으로 부끄러운 고백이다.
지금의 초등학생들은 우리 때의 같은 시절보다 훨씬 똑똑해졌다. 축구, 야구와 같은 프로 운동선수나 가수, 탤런트 등 자신의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그 목표들이 현실적이다. 물론 공부에 자신 있는 아이들은 분명한 이유로 의사, 학자가 되고 싶어하고, 물리학을 공부하여 노벨상에 도전하고 싶다고도 한다. 너무나 구체적인 목표다.
젊은 혈기로 사회정의를 생각하면서 세웠던 그 시절의 목표와 오늘 새롭게 세우는 목표의 질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음에도 나는 오늘 초등학생의 마음을 가져본다. 그래서 나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우리나라 예술을 위한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 본다. 그리고는 나만의 신께 기도한다. '내 생각 그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여상법(대구문화예술회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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