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치 리스크' 에 떠는 증시

선거용 선심정책 쏟아져…주가 우수수 떨어져

'신용카드 수수료 내리겠다.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겠다. 통신비도 내리겠다.'

정치권의 선심성, 선점성 정책에 주식시장이 휘청대고 있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앞다퉈 친서민을 표방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올 증시에 가장 큰 대외변수로 '정치 리스크'를 꼽을 정도다. 평소 없던, 표를 의식해 쏟아내는 정책과 발언에 관련 업종 주가가 떨어진 탓이다.

일부에서는'선거 두 번만 치르면 일부 종목은 상장 폐지될 판'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주가 하락 압박을 겪고 있는 종목은 은행 등 금융그룹 주가다. 카드 가맹점 규제 리스크에 노출돼 있어서다. 최근 정치권이 신용카드 수수료법 개정을 추진하자 카드업계로 불똥이 튄 탓이다. 이와 관련해 토러스투자증권은 지난주 "유동성 장세로 은행 주가를 압박했던 규제 리스크가 둔감해지고 있지만 선거를 앞두고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수수료율이 1.5%로 인하되면 삼성카드의 올해 회계연도 예상 세전 이익 감소 폭은 64.3%, 신한지주의 경우는 15.4%에 달할 것으로 토러스증권은 추정했다. 이외에도 상당수 금융그룹들의 세전 이익이 10% 안팎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우려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미 삼성카드는 이달 7일부터 10일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특히 13일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가 15일부터 삼성카드, 롯데카드, 현대카드 등 대기업 카드사 중 1곳을 골라 카드 결제를 거부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치닫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적으로 휴업하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 제정을 추진하자 대형 유통주도 지난달 직격탄을 맞았다. 이마트는 지난달 4일부터 9거래일 연속 하락하는 등 이달 10일 종가 기준으로는 올 들어 7.9% 하락했다. 다만 롯데쇼핑은 6.3% 올랐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가 9.2% 상승한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주가다.

'정치 리스크'는 비단 금융과 유통에만 그치지 않는다. 정치권이 입을 대는 곳마다 터진다. 학교 폭력이 심각하다는 지적에 따라 폭력물 게임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나타나자 게임주들이 줄줄이 하락한 것이다.

다음 순번은 통신주가 유력해 보인다.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이동통신 요금 20% 인하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통신업계를 긴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해당 업계는 물론이고 증권업계도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정치권에서 입을 열 때마다 향후 투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 해야 된다는 것이다.

실제 정치 리스크는 올해만 도드라진 것은 아니다. 1987년 이후 대선이 있던 해의 코스피지수는 뚜렷한 상고하저를 나타냈다(그래프 참조).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그리스 사태 해결, 중국의 연착륙 가능성 등 분명 글로벌 경기가 올해 증시의 핵심 요인인데 요즘은 선거와 관련한 이슈들이 증시를 주름잡고 있다"며 "서민들이 살기 편하게 평소에 관련 정책을 내놨다면 이렇게까지 한꺼번에 주가가 출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요한 선거가 두 번이나 있는 만큼 국내 정치 리스크의 영향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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