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민주통합당, 수권 정당다운 모습 보여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한 민주통합당에 대해 "여당일 때는 국익을 위해 FTA를 추진한다 해놓고 야당이 되자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이제는 선거에서 이기면 FTA를 폐기하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했다. 박 위원장의 이 말이 아니더라도 국민 대다수는 민주당의 한'미 FTA 폐기라는 모험주의에 크나큰 우려를 갖고 있다.

민주당이 한'미 FTA의 폐기를 주장하려면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민주당이 폐기의 근거로 제시한 '독소 조항' 10개 중 9개는 노무현 정부 때 체결한 협정문의 글자 하나 바뀌지 않았다. 자동차 분야는 우리가 양보했지만 국내 자동차업계는 기꺼이 수용했다.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역시 노무현 정부 때 그대로다. 의약품과 돼지고기는 오히려 미국의 양보를 얻어냈다.

민주당의 한'미 FTA 폐기 주장은 극도의 자기부정이기도 하다. 노무현 정부 때 총리였던 한명숙 대표는 "한'미 FTA가 우리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장관을 지낸 천정배, 정세균 의원, 당의장이었던 정동영 의원 등도 한'미 FTA를 지지했다. 지지할 때는 무슨 이유였으며 이제 와서 폐기해야 한다는 것은 무슨 이유에선가. 무능한 것인지 교활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민주당 스스로 수권 무능력 집단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한'미 FTA를 폐기하려는 속내는 뻔하다. 이런 공약으로 잃는 표보다 얻는 표가 더 많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지는 선거를 해봐야 알겠지만 국익보다 표부터 계산하는 그 정파적 이기심이 놀랍다. 이런 집단을 가리켜 '정치 모리배'라고 한다. 민주당은 정치 모리배로 전락할 것인지, 수권 정당이 될 것인지 깊이 고민할 것을 권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