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스티븐슨은 우리가 밤에 꾸는 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밤새도록 환하게 불이 켜진 자그마한 두뇌 극장에서 펼쳐지는 게 바로 꿈이다. 그 공연의 기획은 소인들에 의해 이루어지며, 그들의 작품이 너무도 생생하고 감동적이어서, 어느 문학 작품보다도 더 흥미진진하다."
꿈은 재미있다. 그러나 또한 꿈은 엉뚱하고 무섭고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우리 삶에서 꿈처럼 날마다 일상적으로 경험하면서도 신비와 불가해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것도 달리 없다. 물론 고대로부터 인류는 꿈이 무엇인지, 그리고 꿈을 왜 꾸는지 이해하고자 노력해왔다.
그중에는, 우리가 잠든 상태에서도 뇌는 깨어 있는데, 꿈이란 수면 중에 뇌의 움직임을 우연히 자각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그러나 꿈의 해석을 통해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의 행동에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입장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이 마음의 평안을 누리지 못하는 이유도 어느 정도 꿈과 관련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꿈의 결핍이 마음의 병을 유발한다고 한다. 오로지 꿈만이 제공할 수 있는 심리적 배출구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꿈의 결핍은 곧 꿈의 중요성을 무시할 때 생겨나는 자연스런 결과다. 꿈을 풍요롭게 하려면 밤에 잠자리를 잘 보살필 필요가 있다.
밤의 세계는 중요하다. 논길에 가로등을 설치하자 이삭이 패고도 결실을 맺지 못하고, 동물원에서는 보안등 불빛으로 동물들이 수태를 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낮과 밤이 서로 잘 어울릴 때 비로소 우리의 하루가 완성되는 것이고, 그 역할을 수행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바로 꿈이다.
관심을 가지고 대하고 보면 꿈은 실로 의미심장하다. 간혹 무의미해 보이는 꿈도 있지만, 그것은 밤의 심리 세계가 내보내는 수수께끼를 해독할 만한 감각이 우리에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무의식은 현실 속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의 해결책을 알리기 위해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오고 있고, 그 메시지가 곧 꿈이다. 어떤 때에는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불쾌한 꿈이 계속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꿈의 세계를 진정으로 이해해야만 비로소 우리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진실을 찾아 나설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어떤 꿈을 꾸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 그러나 두려워할 일은 아니다. 꿈은 나의 편이다. 어찌 보면 꿈은 통제할 수 없는 야생마이기도 하지만, 여하튼 나는 꿈의 주인이다.
꿈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잠은 몸을 쉬게 하고, 꿈은 마음을 쉬게 한다. 나는 꿈이 이를테면 우리 마음의 리셋 버튼이라고 생각한다. 꿈은 마음속에 맺힌 부분을 풀어주거나 산만하게 어지럽혀져 있는 것을 정리해준다.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단단한 매듭이 끊어지기도 하고 느슨한 부분에 과도한 힘이 가해지기도 한다. 꿈이 우리에게 행복하고 우호적으로만 경험되지 않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꿈과 좀 더 친숙해지고 우리 내면에서 꿈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문제에 대해 지금도 수많은 심리학자들이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다만 나는 예술이 꿈과 무척 흡사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갖가지 예술 장르의 작품들은 우리가 깨어 있으면서 꿈을 경험하게 한다. 달리와 마그리트의 그림, 사티와 드뷔시의 음악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꿈과 예술은 삶의 불가사의함과 신비로움을 드러내면서 그로부터 아름다움과 경건함을 불러일으킨다. 예술에 영혼의 정화 능력이 있듯이, 나는 꿈 또한 그러하다고 믿고 있다.
우리는 흔히 네 꿈은 뭐냐고 묻는다. 그런가 하면 아침에 일어나서 간밤에 무슨 꿈을 꾸었냐고 묻는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희망 어린 삶의 목표를 '꿈'이라고 하고, 밤에 겪는 환몽도 마찬가지로 '꿈'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어쩌면 우리 조상은 낮의 세계와 밤의 세계에서 좋은 꿈을 꾸는 것이 동일하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꿈의 그 두 가지 의미로 나 자신에게 낮게 되뇐다. '나는 꿈을 꾼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최수철/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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