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근혜 vs 한명숙 '힘겨루기' 시작됐다

박 "총리땐 FTA 찬성, 이젠 말바꾸나", 한 "난폭 운전 옆에

정치권에서 '여제'(女帝)들 간의 대결이 불꽃을 튀기고 있다. 각각 집권당과 제1야당을 이끌고 있는 박근혜(60)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한명숙(67) 민주통합당 대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여부와 대통령 측근'친인척 비리 사건 등 정국 현안을 두고 거친 설전을 벌이면서다.

한 대표는 15일 기자 회견을 통해 서민경제 파탄, 물가 폭등,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들의 권력형 부정'부패 등 실용정부의 총체적 국정 운영 부실에는 박 비대위원장의 책임도 있다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난폭 음주운전으로 인명사고가 났다면 운전자뿐만 아니라 조수석에 앉아 있던 사람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박 비대위원장은 조수석에서 침묵으로 이명박 정부를 도운 만큼 '모르는 척, 아닌 척'숨지 말라"고 꼬집었다. 박 비대위원장이 한'미 FTA 추진문제로 '장군'을 부르자 '이명박 정부 국정실패 동반책임론'으로 '멍군'을 부른 셈이다.

포문은 박 비대위원장이 먼저 열었다. 그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15차 전국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한'미 FTA 폐기 주장을 강력하게 성토했다. 특히 한·미 FTA를 처음 추진했던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한명숙 대표를 직접 겨냥해 주목을 받았다. 박 비대위원장은 "여당일 때에는 국익을 위해 FTA를 추진한다고 하더니 야당이 되자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이제는 선거에서 이기면 FTA를 폐기하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는 없다"며 "우리의 잘못과 나태, 안일함으로 인해 그런 일이 생긴다면 역사 앞에 큰 죄를 짓게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박 비대위원장의 지적에 대해 민주통합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나라를 맡길 것인지 말 것인지는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동업자, 박근혜 위원장은 그런 말할 권리도 자격도 없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보수진영에서 '지도부의 말 바꾸기'를 지적하자 '선(先) 재재협상 후(後) 폐기'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선 여야 간 혈투가 예상되는 총선 정국이 무르익어감에 따라 두 여제의 힘겨루기가 강도를 더해 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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