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이 뚜렷하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대륙성 기후와 해양성 기후가 공존하고 연중 각기 다른 계절채소와 재료들이 풍부하다. 이러한 제철재료를 다른 계절에도 먹기 위해 염장, 당장, 산저장 등의 절임지로 만들어 저장하는 발효 저장법이 발달했다. 이는 밥이 주식이고 반찬은 부식이라는 개념의 식문화가 발달하다 보니 자연히 장류, 김치, 장아찌 등의 밑반찬이 발달된 것이다.
장아찌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고려시대 중엽 이규보가 쓴 '동국이상국집'의 "좋은 장을 얻어 무를 재우니 여름철에 좋고, 소금에 절여 겨울철에 대비한다"란 표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약용이 쓴 '아언각비'(1819년)에는 제채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가늘게 썬 것을 초와 장에 섞어 생강과 마늘을 가늘게 썰어 양념을 넣고 버무린 것이라 되어 있다. '임원십육지'(1827년)에서는 절임류를 엄장채, 제채, 저채로 구분했는데 이것은 현대의 소금절이 김치, 초절이 김치, 장아찌 등으로 부를 수 있다.
장아찌의 가장 큰 장점은 원재료의 맛을 가장 잘 지키면서 익히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채소를 장에 그대로 절이기 때문에 가열로 인해 비타민이 손실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생으로 먹을 때보다 비타민 B나 D의 함량이 높고, 숙성과정에서 소화 흡수되기 쉬운 형태로 되면서 체내에 영양소 흡수율이 높아진다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장 속에서는 부패균이 번식하지 않는데다 장 성분이 채소와 함께 숙성되기 때문에 독특한 맛이 난다.
하지만 염도가 높으면 오히려 체액의 소화대사율이 떨어지므로 저염으로 숙성시켜 먹어야 한다. 초절임 장아찌는 살균력이 강해 소금의 농도가 낮아도 방부작용을 하고 식욕도 증진시켜 준다. 여기에 다시마, 감초 등을 이용하여 맛국물을 내어 첨가하면 염도를 떨어뜨리면서 영양도 보충하고 맛도 좋게 할 수 있다. 요즘은 예전보다 냉장 시설이 잘 발달하다 보니 저온 숙성을 통해 신선도나 저장성도 높일 수 있다. 단 숙성시킬 때 소금물이나 간장, 된장, 고추장 등에 충분히 잠겨 공기 중에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 공기 중에 노출되는 부분에 연부균의 곰팡이가 생기면 전체적으로 장아찌가 물러지게 되므로 숙성 중에는 밀봉이 중요하다.
장아찌를 만들 때는 외부의 미생물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담는 용기도 깨끗이 세척 살균 후 사용해야 한다. 장물을 중간에 끓여 붓는 것은 식품에서 나오는 수분으로 인해 염도가 떨어지고 식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생리활성 효소와 균으로 인해 번식되어 변질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끓일 때는 날아가는 수분만큼 약간의 물을 첨가하여 끓이되 팔팔 끓이면서 위에 생기는 거품을 반드시 걷어 줘야 맛이 맑고 깨끗하다. 단기간 저장하여 먹는 장아찌는 저온에서 숙성시키면서 끓이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있다. 처음부터 저온 숙성시켜야 미생물의 번식이 둔화되어 맛이 들면 끓이지 않고도 맛있는 장아찌를 만들 수 있지만 시간이 다소 많이 걸린다.
장아찌의 종류를 살펴보면 장류 등에 절인 저장용 절임 장아찌와 오이, 무 등 간장 양념을 넣어 볶아 만든 즉석에서 먹는 숙(熟) 장아찌가 있다. 절임 장아찌는 절임원에 따라 간장, 고추장, 된장, 젓갈, 소금과 식초, 소금과 술지게미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장아찌의 재료가 수분이 적은 것은 그대로 절임원에 넣지만, 대부분은 소금에 절이거나 햇볕에 말리는 전 처리 과정을 거쳐 자체 수분을 일부 제거하여 장아찌로 만든다.
장아찌의 재료로는 날로 먹는 것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하지만 수분이 많고 섬유소가 적은 것은 마땅하지 않은데 특히 재배채소와 산나물, 들나물 등이 많이 이용된다.
과일도 장아찌 재료로 사용하는데 감, 사과, 살구, 복숭아, 매실, 대추, 호두 등이 있다. 어패류'해조류로는 전복, 홍합, 다시마, 미역, 김, 파래, 우무 등이 있다. 요즘은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장아찌가 개발되어 상업적 이용이 많아지고 있다. 장아찌는 김치와 달리 양념이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해 또 다른 발효식품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신아가 참(眞) 자연음식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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