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추억 속으로 사라져간 겨울밤의 소리가 있다. 살기가 어려웠던 시절, 가난한 고학생의 '찹쌀~떠~억, 메밀~무~욱' 하는 목소리가 겨울밤의 정적을 깨웠다. 성서산업단지에 입주한 성림엔터프라이즈의 도원주 대표는 "메밀 음식만 대하면 먹거리가 풍족하지 않았던 '그때 그 시절'의 목소리가 떠오른다"며 '메밀 음식에 대한 추억'이라고 말한다.
메밀은 찬 음식에 속해 여름철에 즐겨온 음식이다. '동의보감'에도 "메밀이 비'위장의 습기와 열기를 없애주며 소화가 잘되게 해 1년 동안 쌓인 체기가 있어도 메밀을 먹으면 체기가 내려간다"고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메밀이 웰빙식품으로 알려지면서 메밀요리는 사시사철 즐기는 음식으로 변했다. 계명대 가는 길목인 대구시 달서구 신당동 '옹심이 칼국수 & 막국수'는 전통 메밀국수 전문집이다. 대구에도 비슷한 상호의 음식점이 몇 군데 있지만, 이 집은 메밀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강원도가 본점이다. 이곳 김혜경 대표는 "메밀이 몸에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요즘은 메밀음식이 인기가 있다"고 말한다.
단골손님인 성림엔터프라이즈 직원들이 이곳을 찾았다. 먼저 수육과 메밀만두로 입맛을 돋운다. 성림엔터프라이즈 도 대표는 "이 집의 수육은 한방수육이라 맛이 독특해 늘 즐기는 음식"이라고 한다. 노란 메밀 싹과 함께 수육 한 점을 얹어 배추쌈을 싸 입에 넣으니 향긋한 냄새가 풍겨난다. 금세 김을 술술 풍기며 메밀국수가 등장한다. 옹심이 칼국수는 굵직하게 썬 갈색 칼국수에다 김가루 등 다양한 고명으로 멋을 내 먹음직스럽다. 오랫동안 일본에서 생활해 온 박정호 고문은 "일본에서도 메밀(소바)을 즐겨 먹었다"며 "고혈압 등 건강에 좋아 일본사람도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반긴다. 음식이라면 가리지 않는 변종포 공장장도 "이 집 메밀국수는 쫄깃하고 담백한 맛을 내 언제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음식"이라고 말한다. 차중광 연구소장은 "이 집의 메밀국수는 서민적인 음식이라 편안한 게 특징"이라고 평가한다.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옹심이 칼국수의 맛을 본다. 국물이 짜지 않고 오히려 약간 심심할 정도다. 하지만 구수한 맛을 품고 있어 낯설지 않고 친근한 맛이다. 그래서 편하게 느껴진다. 김혜경 대표는 "주방에서 간을 맞춰 나오는 그대로 즐기는 것이 제맛"이라고 말한다. 메추리알처럼 생긴 감자옹심이의 쫄깃한 맛은 또 다른 매력이다. 국수의 맛은 면발의 품질과 맛 국물의 조화가 가장 중요한 법. 시원한 맛국물을 내기 위해 남해안의 품질 좋은 멸치와 다시마, 다양한 채소로 끓여냈다. 메밀국수는 주방 담당 추경식 대표가 매일 아침 메밀을 반죽해서 뽑아낸다. 성림엔터프라이즈 이상걸 생산차장은 "술 먹은 후 뜨끈한 국물의 메밀국수를 후루룩 들이켜면 속이 확 풀린다"고 말한다. 경리 담당 김희자 대리는 "메밀국수도 좋아하지만, 메밀만두와 굴 국밥을 더 즐기는 편"이란다. 성림엔터프라이즈 도 대표는 "요즘 경제사정도 좋지 않은데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일조한다는 의미로 회사 주변의 서민음식점들을 애용한다"고 말한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 뜨끈한 옹심이 칼국수 한 그릇과 별미인 메밀만두로 마음이 넉넉해졌다. 옹심이 칼국수와 메밀 싹 비빔밥, 메밀만두, 메밀전, 비빔막국수 등은 각 5천원이다. 얼큰한 옹심이 장 칼국수와 들깨 칼국수, 회 막국수는 각 6천원. 메밀꽃 동동주(5천원)도 인기다. 예약은 053)586-7909.
##추천 메뉴-메밀싹 비빔밥
콩나물도 아니고, 숙주나물도 아니다. 병아리처럼 노란 메밀싹이 향기를 풍기며 눈길을 끈다. 요즘 새싹밥이 인기지만, 메밀싹 비빔밥은 특이하다. 씹는 맛은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향긋하고 오묘하다.
메밀싹과 오이, 쌈 배추, 적채, 들깻잎 등 채소가 풍성하다. 밥은 그 속에 숨어있다. 김 가루와 달걀부침을 얹어 초장으로 쓱쓱 비비는 사이 풍기는 냄새가 침샘을 자극한다. 얼른 한 입 먹어보면 오이채가 살짝 씹히면서 상큼한 봄맛을 느끼게 한다. 묘한 맛의 주인공은 역시 메밀싹이다. 김혜경 대표는 "메밀싹에는 루틴이 더 많이 들어 있는 등 영양소가 많다"고 소개한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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