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니하오 통신] (65)'기층 속으로'(走基層)

"빈부 격차 따른 사회 불만 달래"

중국중앙방송(CCTV)의 치야메이(齊亞美'여) 기자는 지난 1년여 동안 윈난성(雲南省) 라마디촌(拉馬底村)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기층민의 삶을 들여다봤다.

윈난성의 노강대협곡(怒江大峽谷)은 산세가 험하고 물살이 급한 지형이다. 이곳 주민들은 밧줄을 몸에 매고 삭도 하나에 의지한 채 30m의 강을 아슬아슬하게 건넌다. 발 아래 요동치는 강물을 보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다. 치 기자는 "직접 삭도를 타고 강을 건너보니 오싹함을 느꼈다"며 "노인, 아이, 임신부 등 주민들의 고통을 직접 체험했다"고 털어놨다. 치 기자는 요즘 시대에 어떻게 이런 교통 방식에 의존해 살아갈까 하는 의문 때문에 더욱 기층민 속으로 파고들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 방송이 보도된 후 정부는 라마디촌의 주민을 위해 연심교(連心橋'마음을 이어주는 다리)를 지어 교통 불편을 덜어줬다.

'기층민 속으로 들어가자'(走基層). 최근 CCTV와 인민일보를 비롯한 각종 중국 언론매체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농촌이나 산간벽지는 물론 도시 빈민 거주지를 찾아 이들이 어떠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 와중에서도 국가발전을 위해 어떻게 공헌하고 있는가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CCTV는 춘제(春節'설)를 기점으로 아예 '기층으로 들어가자'는 고정 프로그램을 신설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매일 방송 때마다 고정코너를 만들어 기층민들의 생활상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인민일보는 지난해 22차례에 걸쳐 매일 평균 600건의 기층민 관련 기사를 1면 톱으로 뽑아 주요 보도의 역사를 갈아치우고 있다. 신화통신은 3천500여 장의 방송 원고와 소속 신문'인터넷에 1천500장의 원고를 쏟아내고 있다.

중국 매체들의 이런 태도는 중국 지도부가 친(親)서민 행보를 부쩍 늘리는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서민들을 직접 만나 이들의 어려움을 듣고 위로하는 등 서민 곁으로 다가가는 움직임을 전례 없이 강화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최근 농민, 공장 노동자 등 이른바 '기층' 대표를 중국의 심장부인 중난하이(中南海)로 불러 이들을 위로하고 건의사항을 직접 듣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서민 곁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은 빈부 격차, 물가 상승 등에 따른 사회 불만이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지만 서민들의 생활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이들의 불만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절대 빈곤 문제도 상존하는데다 엄청난 소득 격차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등에 따라 사회 밑바닥에 상당한 불만세력이 깔려 있으며 이런 불만세력을 방치할 경우 체제 안정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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