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할머니의 세뱃돈
나는 올해 26살의 취업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는 청년입니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는 것이 죄송해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어 학교를 다니고 있는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26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 학생 신분이기 때문에 명절이나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는 어느새 불편한 자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요즘 공부는 잘되고 있느냐, 취직은 할 수 있겠느냐는 친척들의 물음에 나는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할머니만은 항상 "우리 큰 손주, 공부하느라 힘들제? 할매가 니 줄려고 돈 모아놨다. 이거 가지고 맛있는 거 사먹어라" 하시며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아끼고 또 아낀 꼬깃꼬깃한 쌈짓돈을 저에게 주시곤 했습니다. 할머니 맛있는 것 사드시라며 한사코 거절해도 어른이 주면 받는 거라고 항상 자신이 가진 돈의 전부를 손자 용돈으로 주시던 할머니.
하지만 올해 설날에는 할머니의 용돈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취직하면 우리 할머니 내복 하나 해준다던 손자의 약속도 보시지 못한 채 너무도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너무나도 그리운 할머니의 세뱃돈.
손자를 생각하시던 할머니의 사랑을 항상 기억하며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김현기(대구 북구 구암동)
♥수필-'시게투'
무심코 마당에 물을 흩뿌리자 순식간에 얼음이 얼어버렸다. 이런 동장군의 기승은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다. 어릴 적 너무나 추운 겨울날, 검은 고무신이 바닥에 쩍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만큼의 추위가 닥쳐온 것이다.
그러나 어릴 적과는 달리 자동차 주행 열기로 인해 낮 온도가 조금 올라가긴 하지만 시골 한적한 거리는 어르신들이 마실(마을) 가는 걸음마저 조심스러워 하다 보니 텅 비었다.
마을을 돌아 나와 읍내로 가는 길, 천천히 차를 몰아가니 저만치서 4학년쯤 돼 보이는 아이들이 '시게투'를 타고 있었다. 왜 '시게투'라고 할까? 세월이 흐른 뒤에 영어를 배우다 보니 '스케이트'를 잘못 발음하여 '시게투'라 한 모양인데, 지금의 스케이트가 아닌 두 개의 날 위에 나무 조각을 대어 만든 시게투, 작대기 끝에 못을 달아 양손으로 쿡쿡 찍으며 타고 놀았던 그 시게투를 타고 노는 아이들이 있었다. 저것을 어찌 알고, 누가 만들어 주었을까?
수다를 떨며 재미있게 타고 있는 세 명의 아이들, 남자아이들의 재미난 수다를 귀 기울여 들어보니 시합을 하기로 한 모양이다.
이 추위로 봐서 얼음이 '쩡' 하며 갈라지지는 않을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동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저씨 한번 타 봐도 될까? 거 참 재미있었는데…."
"아저씨 이거, 함 타 보셨어요?" 하며 선뜻 내어 준다.
어릴 적에는 저 높은 도랑에서 쌩쌩 잘도 달렸는데, 조그만 '시게투'에 두 발을 올려놓자마자 비틀거리며 쿠당탕 넘어지고 말았다.
재밌다고 허리를 젖히면서 웃어대는 꼬마들, 도로 그 애들에게 한 수 배우고 돌아왔다. 마당에 얼음이 얼어 추위를 걱정하고 집을 나섰으나 아이들로 인해 훈훈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박순원(청도군 운문면 대천리)
♥수필-상담은 진행 중
요즘 신문을 펼치면 늘 학교폭력 문제들이 어김없이 단골손님으로 등장한다. 성폭력, 학교 부적응 등 폭력예방 강사로 아이들과 만나고 있는 나로서는 늘 눈여겨봐야 할 내용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A군 자살사건 때 딸아이로부터 들은 말 한마디가 나를 적잖이 정신적인 충격에 빠뜨렸었다. "학교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엄마는 그동안 뭐 했어요?" 물론 딸아이가 한 말은 엉겁결에 나온 것이었겠지만 순간 나는 무슨 큰 죄나 지은 양 할 말을 잃었었다.
작년 한 해는 어느 해보다도 바쁘게 살았었다. 경산교육지원청의 '학생상담 자원봉사자'로서 집단 상담을 통해 여러 그룹의 아이들과 만났고, 청개구리 같은 'wee-class' 아이들과 함께 뛰어다니고, 학교 부적응으로 인해 습관적으로 학교를 이탈하는 아이들을 학교로 복귀 시키는 'new-start'팀 활동인력으로서 나의 상담에 대한 열정은 두 번째 가라면 서운할 정도로 쉬지 않고 열심이었는데 정작 내가 들어야 하는 말이 "뭐했어요?"라니.
나 혼자서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바꿀 수는 없다는 걸 잘 알지만 폭력으로 상처받는 아이들은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사실 상담을 하면서 나는 몇 번의 고비를 넘겨야 했다. 때론 아이들이 풀어놓는 힘든 가방 속 사연들로 인해, 내 등에 짊어진 가방 보따리가 더 무거워 헉헉대기 일쑤였고 아이들과 상담하고 돌아오는 날이면 발은 왜 그리 천근만근 무겁고 터덜대던지. 순간순간 힘에 겨워 상담을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밤마다 잠자리에서 포기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또다시 발걸음 가볍게 학교로 향하던 반복된 일상이 벌써 4년이 되었다.
딸아이의 말 한마디가 나를 잠깐 혼란스럽게 하였으나 그 말이 전화위복이 되어 나는 다시금 상담 보따리를 주섬주섬 싸고 있다.
내일은 아이들과 '큰 바위 얼굴'의 '어니스트'와 만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꿈과 이상을 그리며 당당한 사람을 닮으려고 애를 쓰고 가꾸어 나가면 어느새 자신의 모습도 닮아가게 됨을, 그 희망 보따리의 끈을 풀어봐야겠다.
정연화(경산시 사동)
♥수필-새봄엔 우리 모두 희망을
입춘도 지났다. 아직은 동장군들이 활개를 치고 있지만, 이젠 서서히 남쪽으로부터 꽃향기 머금고 봄이 기지개를 켜고 예쁘게 오고 있는 중이다.
엄동설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봄은 겨우내 분주하게 움직였을 것이다.
어릴 적 우리들의 어머니 가슴 속에 늘 담겨 있던 "살다 보면, 살다 보면" 그러한 희망처럼, 봄은 우리들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워 주는 계절이다.
새봄엔 스프링처럼 힘차게 솟아오르는 삶의 활기를 우리 모두 누려 보자.
움츠렸던 몸과 마음에 쌓인 먼지를 탈탈 털어 버리고, 묵은 아픔도 멀리 날려 보내며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듯이 정성이 지극하다 보면 반드시 하늘도 알아줄 것이다.
다가오는 봄을 반갑게 맞으며, 새로운 다짐으로 멋지게 출발해 보자.
따뜻한 봄 햇살 마음껏 받으며,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작은 희망의 씨라도 곱게 뿌리면서….
정창섭(밀양시 내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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