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드러난 대구 수성고 한 고교의 '대물림 상습 폭행'은 해당 학교의 기계실 당번 학생들 사이에 수년간 상습적으로 자행됐다. 하지만 학교 측은 1학년 학생들이 경찰서를 찾아 폭행에 대한 수사 요청을 한 뒤에야 폭력과 가혹행위 사실을 파악하는 등 학생 관리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
◆기계실 학생들만 폭행당했나?
이번 폭력사건의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은 모두 같은 과 기계실 당번이었다. 기계실은 트랙터, 경운기, 불도저, 굴착기 등 중장비들을 보관하는 곳으로 1학년 때 기계실 당번으로 선정되면 3년 동안 계속 당번으로 활동한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9, 10월 전국기능경기대회를 앞두고는 밤 늦게까지 기계실에서 훈련을 한다"며 "선'후배들 간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규율이 나름 엄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상급생이 하급생에 대해 엄한 규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폭력과 가혹행위, 심지어 성추행까지 일삼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학교 관계자들도 언제부터 기계실 당번 학생들 간 상습적인 폭력이 이뤄졌는지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는 "이번 폭력사건이 언제부터 자행됐는지 교사들도 알 수 없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선후배 학생들 간에 관례화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지난해 졸업한 가해자 A'B(20) 씨를 상대로 재학 당시 상급생으로부터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학교는 그동안 정말 몰랐을까?
경찰조사 결과 이 학교의 대물림 상습 폭력은 2010년 4월부터 2011년 11월 말까지 상습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학교 측은 2년 가까이 이를 알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지난해 11월 1학년 폭력이 발생한 학과 학생들이 담임교사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말을 했지만 해당 교사는 가해 학생들을 훈계하는 데 그쳤던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측은 또 지난해 12월 수성구의 모 중학생 자살 사건이 발생한 뒤인 같은 달 27일 전교생을 상대로 학교 폭력 여부를 설문조사했지만 상습폭행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학교 측은 더욱이 1학년 학생들이 올 1월 경찰에 폭행피해 신고를 한 사실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측은 이달 15일 기계실 담당 교사가 경찰서를 방문해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에야 1학년 학생들이 경찰서를 찾았던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
학교 관계자는 "교정이 매우 넓고 기계실도 약 2천644㎡(800평)가 되는 탓에 학생들을 세밀하게 관찰하기가 어려웠다"며 "올해부터 기계실 당번제를 폐지해 더 이상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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