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기력 지역 정치권…제 살기 바빠 팀플레이는 없었다

새누리 신공항 공약 백지화…부산 야권 급부상·반발 의식

'남부권 신공항' 총선 공약 배제가 발표된 것은 '부산의 변화'를 정치권이 의식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정통 텃밭인 영남권에서 '야심'(野心)이 등장했고 그것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 가장 크게 일고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도 대구경북은 우리 편을 들어줄 것"이라는 당 지도부의 판단도 한몫을 했다. '잡은 고기'에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속설을 그대로 입증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공천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기'에 바빠 팀플레이를 펼치지 못한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의 행보도 신공항 무산에 일조를 했다는 분석이다.

16일 새누리당 이주영 정책위 의장이 '신공항 총선공약 백지화'를 발표하기 직전 김무성, 정의화, 서병수, 이종혁, 김세연 부산 지역 새누리당 의원은 정책위 의장실을 찾았다. 김무성 의원은 이 의장에게 "당이 남부권 신공항 사업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보도돼 부산 정서를 뒤흔들고 있는데 공약에서 빼겠다는 뜻을 빨리 정리해달라"고 요구했다. 부산에서는 유기준 시당위원장 주재로 의원들이 모여 '신공항 총선 공약 제외 및 김해공항 활성화 및 가덕도 이전'이라는 입장을 정리했다.

부산 지역 의원들의 면면은 대구보다 무게감이 훨씬 더 나간다. 4선의 전 원내대표(김무성)와 국회 부의장(정의화), 3선의 친박계 좌장(서병수), 비상대책위원(김세연) 등 당 지도부가 무시하기 힘든 인사들이 떼를 지어 몰려간 것이다. 특히 김 비대위원까지 가세한 터라 '눈치보기'가 없을 수 없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하지만 대구경북 정치권에서는 '남부권 신공항'을 놓고 힘의 결집을 전혀 보이지 못했다. 현역의원에 대한 지역 여론이 워낙 좋지 않아 저마다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바닥 다지기에 주력했고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직접 밝혔으니 철석같이 믿고 있다가 부산의 반격에 당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공항이 물 건너 가면 생존은 없다'고 달려든 부산 의원들에 비해 '공항이 와도 생명을 부지한다는 확신을 할 수가 없다'는 대구 의원들의 인식 차이가 낳은 결과였다.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은 요즘 '이기는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것'이라는 말을 믿고 있다.

새누리당 총선공약본부에도 지역 의원이 두 명이나 있지만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선거구 획정 문제와 K2 공군기지 이전 문제 등 산재한 지역 현안 때문에 다른 곳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그 사이 부산은 '낙동강 전투가 심상찮다'는 여론을 등에 업고 저축은행특별법을 밀어붙이고 남부권 신공항이 부산 가덕도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을 무산시켰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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