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엔 오징어, 호박엿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온통 눈으로 뒤덮인 '눈의 나라' 나리분지는 16가구가 모여 사는 작지만 큰 마을이다. 알프스에 뒤지지 않을 비경을 자랑하는 나리분지에서의 72시간을 담았다. KBS2 TV '다큐3일-설국 나리분지' 1부 겨울잠 깨다 편이 19일 오후 10시 35분 방송된다.
눈이 많이 온다는 울릉도에서도 한 겨울이면 3m 이상의 눈이 내리는 다설지 나리분지. 그 때문인지 눈 내리는 나리분지 마을에는 사람 하나 찾아볼 수 없다. 폭설이 내리는 날, 유일하게 마을 주민들을 볼 수 있는 곳은 각 집의 지붕 위. 하루 반나절이면 50㎝는 거뜬히 쌓이는 눈 때문에 무게를 못 견딘 지붕이 무너질까 걱정돼 온 가족이 동원, 눈을 치워야 하는 것이다. 마침 눈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지붕 위의 세 모녀를 만났다.
자유롭게 드나들기엔 너무나 먼, 울릉도 깊은 곳 나리분지로 시집 온 유난히 밝은 인상의 아주머니. '또순이'라 불리며 마을의 막내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결혼하고 처음 나리분지에 왔을 땐 후회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22년째 나리분지에 살고 있는 지금은 겨울에 찾아올 지도 모를 나그네를 위해 항상 문을 열어둘 만큼 나리분지 사람이 다 됐다.
2년 전 나리분지로 귀농한 예병호 씨. 나리분지에서 유일하게 소도 키우며 의욕적으로 귀농생활을 하고 있다. 아무 연고도 없는 나리분지 생활을 걱정했지만 친척보다 더 자주 만나는 가족 같은 이웃들 덕분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부인은 몸이 좋지 않아 육지 병원에 입원해 있어 지금은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는 형님과 단 둘이 지내고 있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이웃들이 틈틈이 예병호 씨를 챙기고 나선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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