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K2 이전, 지역 민원이라 무시하지 마라

대구 K2 공군기지의 소음 피해를 덜 수 있는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군 공항 이전법)이 '지역 민원 챙기기' '선거용 법안'으로 치부되며 입법이 무산될 상황에 부닥쳤다. 국회 국방위원장, 서울지역 언론, 정부 부처가 한통속이 되어 이런 분위기를 조성했다. 서울 중심적 시각에서 지방의 고통을 외면하는 처사로 군 공항 이전에 대한 인식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원유철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14일 국방개혁법안을 계류시켜 놓은 채 지역 민원과 관련된 군 공항 이전법안을 처리할 수는 없다며 군 공항 이전법의 국방위 상정을 막았다. 조선일보는 이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국방 개혁을 팽개치고 총선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는 국방부의 반응을 전하면서 원 위원장의 결정을 옹호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국무총리실도 이 법안을 선거용 쟁점 법안 중 하나로 지목하며 입법 저지에 나서기로 했고, 중앙일보는 이를 긍정적으로 보도했다.

군 공항 이전법안은 국방개혁법안 못지않게 중요하며 각각 입법이 추진되어야 한다. 국방개혁법안은 군 지휘권 개편 등을 담은 시급한 국방 과제이지만 첨예한 이견이 빚어져 입법이 미뤄졌다. 이에 비해 군 공항 이전법안은 이견 조정이 필요없는 데도 막대한 예산이 드는 지역 민원이라는 이유로 방치되었다. 국방개혁법안이 보류됐다고 해서 군 공항 이전법의 가치를 깎아내리며 처리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군 공항 이전법을 지역 민원으로 무시하는 시각도 받아들일 수 없다. 국회의원이 국가적 과제를 챙기면서 지역 현안을 살피는 일은 당연한데도 정치적 이해관계로만 보는 것은 편협하다. 더구나 군 공항 이전법은 단순히 지역적 이득을 챙기려는 것이 아니라 참기 어려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것이다. 대구 동구 주민들이 K2 공군기지의 소음 때문에 수십 년간 고통을 겪은 점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그러한 자세를 취할 수가 없을 것이다.

결국, 군 공항 이전법이 소홀히 다뤄지는 데에는 서울 중심적 사고의 병폐가 자리 잡고 있다. K2 공군기지가 서울에 있다면 그렇게 접근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 용산 기지가 이전되듯이 K2 공군기지도 이전되어야 하며 더는 미룰 사안이 아니다. 군 공항 이전법이 외면받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수도권 중심의 국가운영 체계가 타파되어야 하며 지방 분권이 절실하다는 점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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