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의 겨울은 매우 춥다고 들었다. 그러나 곧 봄이다. 겨울 스포츠도 시즌 막바지에 이르렀다. 대학 시절 피겨 스케이팅을 한 나는 은반의 귀공자와 요정들의 활약에 눈을 떼지 못한다. 최근 한일 피겨 스케이팅의 인기는 한일 공동월드컵과 '겨울 연가' 이후의 한류 열풍과 함께 양국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동갑내기 세계 최강의 선수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가 그 주인공이다. 밴쿠버 올림픽을 앞두고 두 젊은이는 각각 자국 내셔널리즘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두 사람은 개성 넘친 연기로 피겨 스케이팅의 붐을 일으키고 한국과 일본에서 많은 화제를 낳았다.
김연아는 2009년 피겨 여왕의 자리에 오르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다. 일본에서는 김연아가 연기파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연극배우 같은 예술성뿐만 아니라 스케이트 선수로서의 높은 기량을 겸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빠른 스피드와 높은 점프는 일품이다. 그녀의 천부적인 재능과 끊임없는 노력을 상상할 수 있다. 연기파라고는 하지만 그녀는 스케이팅을 잘 모르는 사람도 사로잡을 만큼 매혹적이다. 캐나다에서 스케이트를 배운 김연아는 현대적이면서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자기의 예술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나는 2008-2009년 시즌의 '죽음의 무도'를 좋아한다. "어때!"라며 자랑스럽게 자신의 재능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인상적인 프로그램이었다. 이번 시즌은 쉬고 있는 것 같으나, 김연아가 다시 우리에게 강렬한 연기를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아사다 마오는 2008, 2010년 두 차례 세계 여왕의 자리에 올랐다. 올림픽에서 '트리플 악셀의 여왕'으로 불렸다. 현재의 사토 코치를 사사할 때까지 그녀는 고고한 인상을 주었다. 시니어 선수가 된 후부터는 혼자 연습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 코치 타라 소바는 러시아에 거주하고 있었다. 스승과 제자는 시즌에 몇 번 왕래를 하고 합숙을 하는 형태였다. 타라 소바 밑에서 초고난도의 점프와 스텝을 지도받으면서 한 번도 쉬지 못하는 체력의 한계에 도전했다. 당시 일본 언론으로부터는 예술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유럽에서는 유연하고 클래식 발레 댄서와 같은 그녀의 예술성이 높이 평가받았다. 스파이럴 보석이라 불릴 정도였다.
대학생시절 나는 나고야에서 잠깐 동안 마오와 같은 빙상장에서 같은 코치에게 지도를 받은 적이 있다. 그때 마오는 몸집이 작고 귀여운 긴 머리의 아이였다. 링크에 오르기 전, 링크 사이드에서 열심히 회전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는 마오가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최근까지 전용 링크가 아니라 일반 링크에서 사람들 속에 섞여서 연습을 했다. 집중 연습을 하고 싶으면 영업시간이 아닌, 이른 아침이나 심야에 링크를 빌려야 했다. 그러한 환경에서 열심히 노력한 마오가 이제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었다. 그녀의 성장세에 놀람과 동시에 뿌듯함을 느낀다.
올 시즌 마오는 지난해 12월 국제 대회 직전에 오랫동안 자기를 뒷바라지해준 어머니를 잃었다. 오랜 투병 생활의 끝이었다. 마오는 항상 어머니를 생각하며 스케이트를 탔다고 한다. 하지만 성실하고 정직한 성격의 마오는 어머니의 병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리고 위험이 따르는 고난도 기술에 고집스럽게 도전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어머니가 죽고 약 2주 후에 슬픔을 참고 출전한 전일본 선수권에서 마오는 명연기를 보여주었다. 올 시즌 전반전, 마오는 트리플 악셀을 연기하지 않는 결단을 했다. 그것은 오히려 그녀의 매력이 초고난도의 기술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프리 프로그램 '사랑의 꿈'에서 보여준 부드러움과 애절함이 넘치는 연기는 마오의 인간적 성숙함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었다.
예술 스포츠인 피겨 스케이팅에서 걸출한 재능과 개성을 가진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가 같은 해에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태어난 것은 기적이다. 한국과 일본을 더 가깝게 하기 위해 사랑의 천사가 만들어준 선물인지도 모른다,
미야자키 치호(宮崎千)/일본학술진흥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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