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生)과 사(死).
갑자기 심장이 정지된 긴급환자가 병원 응급실로 옮겨진다.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이 환자의 소생 확률은 5% 미만. 이 환자를 살리기 위해 죽음과의 사투를 벌이는 생명의 파수꾼이 있다. 병원 응급 의료진이다. 15일 밤 대구가톨릭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그들의 애환과 고충을 카메라에 담았다.
#오후 8시.
막 도착한 응급 환자들의 신음. 당황한 보호자들이 의사를 부르는 다급한 목소리. 분초를 다투며 분주히 움직이는 의료진.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긴장감이 돈다.
계단을 헛디뎌 넘어지면서 머리가 찢어진 할머니,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는 20대 남성, 수면제를 먹어도 잠이 오지 않고 온 몸이 저린다는 50대 남성 등 별별 환자로 꽉 찬 응급실에 119 구급대원들이 또 다른 환자들을 계속 이송해 오고 있다. 의사 5명, 간호사 5명, 응급구조사 2명으로 구성된 당직 의료진들은 한순간도 쉴 틈이 없다.
#오후 11시.
술 취한 사고 환자가 여럿 이송됐다. 만취 상태로 넘어져 얼굴과 다리를 다친 40대 남성은 의료진의 질문에 고함치며 횡설수설하다 욕설을 퍼부었다. "이런 환자는 진료하기가 몇 배 힘들어요. 또 다른 환자와 보호자에게도 피해를 줍니다." 전공의 1년차인 박경인 의사의 말이다. 그는 가장 힘든 점이 폭력과 폭언 등으로 난동을 부리는 환자라고 했다. 통제가 되지 않아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다.
#오전 1시
북적이던 응급실에 잠시 여유가 생겼다. 1, 2년차 전공의는 주당 평균 90~100시간 근무한다. 이들에게는 피로와 잠이 제일 무서운 적이다. 박 의사는 "하루 평균 3, 4시간 잠을 잡니다. 잠이 부족해 늘 피곤하고 가끔 정신이 몽롱할때도 있지만 생명을 다루는 분야라 정신을 놓을수 없습니다." 그는 컵라면으로 야식을 먹고 밀린 잠을 청하기 위해 의국실로 향했다.
대구가톨릭병원 응급 의료진은 하루 평균 90여 명의 환자를 돌본다. 이 중 심폐소생술을 요하는 긴급환자는 2, 3명 정도. 이들은 심장이 멎어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환자가 며칠 뒤 걸어서 퇴원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병원안의 작은 병원'응급실 의료진. 이들은 오늘도 '생의 기적'을 위해 환자들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사진'글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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