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별

잠이 오지 않는 밤, 하늘을 올려다보면 알퐁스 도데의 '별'이 가슴속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그러면 어느새 내가 그 이야기 속의 아가씨가 되기도 하고 밤하늘을 지키고 있는 수많은 별들에게 이름 하나씩 붙여주는 목동이 되기도 한다.

우주를 향한 인간의 끝없는 의지는 많은 우주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 뒤에는 신화와 전설만이 아닌 진짜 우주 이야기가 가득하게 되었다. 거기에는 별들의 탄생과 성장, 죽음의 이야기가 있고, 수천억 개의 별들로 이루어진 은하의 이야기와 은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은하단의 이야기도 숨어있다.

지난 설 연휴에 지구과학 교사인 남동생과 시골집 옥상에 올라가 천체망원경으로 바라보았던 우주의 신비, 그것은 대단한 감동이었다.

동생은 나에게 어느 지방에서 오후 9시경에 보이는 별자리를 그 지방의 계절 별자리라고 하는데 겨울철에는 다른 계절보다 훨씬 많은 1등성들이 화려한 축제를 벌인다고 했다. 제일 먼저 오리온자리를 찾았는데 남쪽 하늘에서 큰 사각형과 사각형 안에 나란히 놓여 있는 삼태성이 멋있는 모습을 하고 반겨주었다. 리겔, 큰개자리의 시리우스,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 쌍둥이자리의 폴룩스와 카스토르, 마차부자리의 카펠라, 황소자리의 알데바란은 겨울철에 육각형을 이루는 별들이다.

알데바란이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아 골똘히 생각하던 나는 문득 '벤허'라는 영화에서 벤허가 4필의 흰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로마 장군과 벌이는 전차 경주의 감격스런 장면이 생각났다. 벤허의 마차를 끌던 눈부시게 흰 말들의 이름에 알데바란이 있기 때문이다.

동생은 CD를 보여주면서 곧 다가올 봄에는 하늘이 온통 동물들로 가득하다고 했다. 북쪽 하늘에는 큰곰과 작은곰, 기린, 작은 사자가 있고, 서쪽 하늘에는 양, 남쪽 하늘에는 바다뱀과 까마귀가 자리를 잡고 있단다. 이렇게 동물들이 한가로이 노니는 전원의 주인인 목동과 수줍은 듯이 고개를 숙이고 보리이삭을 줍고 있는 처녀자리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까지 곁들여진다는 봄 하늘이 기대된다. 더구나 보리이삭을 줍고 있는 처녀 뒤에는 보리의 무게를 잴 천칭자리가 따르고 있다니 우주의 신비로움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나는 우주를 창조한 신이 대단한 예술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을 처음 보기 시작했을 때나 지금이나 별과 우주는 나에게 끝없이 신비스러운 존재이다. 하늘에 가득한 별들을 통해 우주 저 너머를 바라보다 보면 내가 한없이 작아지기도 하고, 한없이 커지기도 한다. 우주를 대하고 있는 조그마한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우주를 담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란 또 하나의 내가 존재한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결국 우주 이야기는 우주를 매개로 하여 비추어보는 우리네 삶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오늘 밤도 밤하늘의 목동이 된 내게 금방이라도 아가씨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황 인 숙 시인'시낭송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