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斷想] 기러기

우리 주변에 속칭 '기러기 아빠'가 더러 있다. '기러기 아빠'는 자식의 공부를 위해 아이와 함께 부인을 외국에 보내고 나 홀로 생활하는 이들을 말한다.

기러기가 가을 하늘을 떼 지어 날아가는 것을 보면 대개 삼각형 모양이다. 혼자서 날아가는 것보다 삼각형으로 함께 날면 공기 저항을 덜 받기 때문이다. 또 삼각 형태의 맨 앞에 나는 새가 공기 저항 때문에 쉽게 지치게 되면 다른 새가 앞으로 나선다. 이와 함께 기러기들은 날아갈 때 울음소리 같은 것을 내는데, 이는 서로 격려하는 것이며 특히 맨 앞에서 공기 저항을 가장 많이 받는 새에게 힘을 주려는 것이다. 이같이 기러기는 협동심이 강하고 우애가 매우 돈독한 새라고 조류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저녁 늦게 부하 직원과 술잔을 주고 받고 있었다." "협력한다는 것은 모든 사항을 공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의사소통을 하고 함께 하는 것이다."

앞서의 예문에 나오는 '주고 받고' '함께 하는'에 대해 알아보자.

'주고받다'는 서로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다라는 뜻으로 "그들은 양가의 부모 몰래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였던 것이다." "땅 위에 바스락 소리를 내며 구르는 낙엽을 밟으면서 그들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로 쓰인다. '함께하다'는 같이하다라는 뜻으로 "생사를 함께한 동지이다." "우리는 고락을 함께한 형제이다." 로 쓰인다. '주고받다' '함께하다'는 하나의 단어이므로 붙여 써야 하며 앞서의 예문에 나오는 '주고 받고' '함께 하는'은 잘못 표기된 것이다.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관계적 존재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다른 사람의 마음과 하나가 되려고 노력할 때 조금씩 자라나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려운 일이 닥칠 때 주위에서 받는 작은 도움에 큰 힘을 얻는다. 마찬가지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주는 작은 도움은 그 사람을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 기러기들이 하늘을 날아갈 때 서로 격려하고 어려울 때에 함께하듯이, 우리도 서로서로 격려와 용기를 주고받으며 살았으면 한다.

요즘 많은 사람이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삶의 무게에 짓눌려 힘든 나날을 보내는 이들도 자신들의 처지가 내일은 좀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 속에 살아간다. 우울하고 애처로운 삶을 살면서도 희망을 가슴에 안고 살았던 시인 푸슈킨은 이렇게 썼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결코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노라면/ 기쁨의 날이 올 것을 믿어라./ 비록 현재는 슬플지라도/ 마음은 늘 미래에 사는 것(하략)".

사랑은 인간의 부족함과 한계 때문에 겪는 고통을 함께하는 것이다. 주고받는 사랑이 결국 상대방을 살린다. 지금 나는 내 삶의 기쁨을 어디에서 찾고 있는가.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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