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인도로 떠났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인도는 평생에 꼭 들러야 할 동경의 나라이기도 하지만 또 어떤 이들에게는 인도는 비위생적이고 불편한 나라이기도 하다. 나 역시 떠나기 전에는 잘 몰랐는데 막상 인도에 도착해보니 사람들의 표현이 이해가 됐다.
처음 거리를 나와 인도의 풍경을 맞이했을 때의 느낌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극히 일부 거리를 제외하고는 쓰레기가 사방에 널려 있고 바닥은 돌아다니는 개와 소의 변으로 인한 냄새와 파리들이 우글거렸다.
길거리에서 노상 방뇨하는 남자들을 쉽게 볼 수 있었고, 심지어 어떤 아기엄마는 길에서 아이의 대변을 보게 하고 손으로 뒤를 닦아주고는 주위 흙으로 손을 씻는 장면도 눈에 들어 왔다. 정말 인도는 손으로 뒤를 닦는다더니 그 장면이 현실로 내 눈에 들어오니 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려 하다가도 '뒤를 닦는 손으로 이 음식을 만들었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속이 거북스러웠다.
익히 알려진 대로 인도의 화장실 문화는 화장지를 별도로 사용치 않고 물과 손으로 뒤처리를 한다. 반드시 오른손으로 물을 뿌려 주면서 왼손으로 닦아낸다고 한다. 그래서 인도의 어느 화장실을 가더라도 별도의 수도꼭지가 변기 옆에 있고, 그 옆에 큰 물통 하나와 작은 바가지 정도 크기의 물그릇이 꼭 비치돼 있다.
우리는 손으로 뒤처리하는 것을 불결하게 여기는데 인도 사람들은 자기들이 더 위생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한 유명한 인도 음악가가 영국으로 공연을 갔다가 공연을 망치고 한 말이 "청중들을 보니까 이 사람들이 모두 화장지로 뒤를 닦았을테고 그곳에 더러운 것이 말라붙어 있겠지 하는 생각이 도통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니 인도인들의 나름 투철한 위생의식을 엿볼 수 있다.
분명 이방인인 나의 눈에 비춰지는 인도는 위생관념상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단 시각적으로 불쾌하다. 그리고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그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만의 문화의식에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요즘처럼 세계화시대에 비슷비슷한 모습이 온 나라를 덮고 있는데 느리게 자신들만의 풍습과 예법을 이어가고 있으며 그들의 행위에는 결코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자세가 담겨 있다.
한국에 돌아왔다. 어쩜 이리도 화장실에 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되는지. 나의 손과 화장지를 번갈아 쳐다본다. 과연 무엇이 더 위생적인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의 내 손보다는 화장지가 위생적이라 생각한다.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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