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 최초 부부 마라톤 클럽 '대구달리네클럽'

알콩달콩 42.195km 금술도 '스피드 업'

지난해 9월 달서웃는마라톤대회에 참가해 함께 달리고 있는 대구달리네클럽 회원들. 대구달리네클럽 제공
지난해 9월 달서웃는마라톤대회에 참가해 함께 달리고 있는 대구달리네클럽 회원들. 대구달리네클럽 제공

부부끼리 10년 이상 모임을 활발히 지속하고 있는 마라톤 동호회가 있다. '대구달리네클럽'이다. '달리네'도 '달리는 가족'이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우리말로 조합한 이름이다. 각 회원 유니폼 뒤에 이색적으로 부부 이름도 나란히 적혀 있다.

대구달리네클럽은 2001년 6월 출범, 만 11년이 다 돼 간다. 대학동기 부부 등 5쌍(10명)으로 시작, 현재 16쌍(32명)으로 늘었다. 10년 넘는 세월을 부부간에 함께하다 보니 지금은 모두 한 가족이나 다름없다.

김종상(63) 대구달리네클럽 회장은 "확인된 건 아니지만, 달리네가 전국 최초의 부부 마라톤 동호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초가 아니더라도 10년 넘게 이렇게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부부 마라톤 동아리는 전국에서 유일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김 회장은 '부부가 함께하고 주말 훈련에 참가해야 가입할 수 있다'는 조건이 회원 확대에 걸림돌이 된다는 걸 알지만'부부 동반 가입'을 고집했다.'부부가 같이해야 함께 건강할 수 있고, 더 오래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권투 선수 출신인 이구원(54) 클럽 사무국장은 "2002년 경북기계공고에 조깅을 하러 갔다가 우연히 달리네클럽을 알게 됐다"며 "부부가 함께해야 클럽에 입회할 수 있다는 조건도 마음에 들어 아내와 함께 운동하기 위해 동호회에 들게 됐고, 분위기가 너무 좋아 10년 동안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리네클럽은 훈련이나 대회 때 결원이 거의 없을 정도로 높은 단합 능력을 자랑한다. 매주 훈련 때 특별한 일이 아니면 회원 대부분이 참석하고, 대회 때도 버스를 대절해 '몽땅' 참가한다. 대회는 달리네클럽의 야유회 날이기도 하다.

김동희(53) 클럽 총무는 "전국에서 열리는 각종 대회에 버스를 대절해 모든 회원 부부가 함께 참가하기 때문에 야유회나 다름없다. 차를 타고 오갈 때 부부가 함께 있고, 대회도 함께 출전하고 돌아올 때 목욕도 하고 저녁도 먹고 오기 때문에 온종일 붙어 있어 부부애가 저절로 좋아질 수밖에 없다"며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회원들이 모두 가족처럼 지낸다. 다만 모임 때 아내들도 함께하다 보니 눈치가 보여 술을 마음대로 못 먹는 게 유일한 단점"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들의 가족애는 훈련과 대회 때보다 회원들의 '길흉사 대소사'에서 진가를 더욱 발휘한다. 혼인이 있으면 여자 회원 모두 한복을 입고 혼주가 돼 손님들을 맞는 등 모두 자신의 일처럼 함께한다는 것.

그렇다고 친목만을 위한 단체는 결코 아니다. 마라톤을 위해 모인 동호회 취지에 어긋나지 않게 훈련 강도도 강하고 실력도 만만찮다. 남자 회원 전원이 풀코스를 한 번 이상 뛰고, 여자 회원도 모두 최소 하프 이상 뛸 정도다. 개인 동호회치고는 상당한 수준을 자랑한다. 훈련도 혹독하다. 매주 두 차례 개인 훈련은 기본이고 단체 훈련도 매주 한 차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르지 않는다. 매주 토요일 오전 4시(겨울 오전 5시)에 모여 대구수목원 정문에서 용문사까지 8.4km 구간을 2번 또는 3번 왕복한다. 기량이나 당일 컨디션에 따라 두 팀으로 나눠 A팀은 25.2km, B팀은 16.8km를 뛰는 것. 대회를 앞두고는 한 시간 더 일찍 모여 왕복 4바퀴(33.6km)를 뛴다. 한때는 대회 출전 시 종전 자기 기록보다 5분 이상 늦을 때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매주 토요일 훈련 후에는 아침 식사를 함께하며 친목을 나눈다. 훈련에 참석 못한 회원도 조찬회에는 참석한다.

이 같은 훈련 덕에 회원 2명은 명인 반열에 올랐다. 클럽의 고동현 감독은 '서브 쓰리'(sub three'3시간 미만 기록), 이희근 씨는 '20-20클럽'(3시간20분 미만'20회 이상 완주)으로 명인 칭호를 얻었다. 이희근 씨는 회원 최다인 40여 차례 풀코스를 완주했다. 30여 차례 풀코스를 완주한 남자 회원들이 적잖아 최다 출전을 두고 보이지 않는 경쟁 중이다.

고 감독은 만 53세 때 2시간59분44초를 기록, 회원 중에서 가장 빠른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다음으로 이희근 씨가 3시간16분대, 이구원 사무국장이 3시간24분대를 기록하는 등 남자 회원 대부분이 3시간대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희근 씨의 부인인 문덕자 씨는 지난해 대구국제마라톤대회 여자 50대부에서 입상하는 등 다수 입상 경력이 있다. 문 씨는 보스턴, 시카고, 베를린 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열정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동호회 평균 연령(59세)이 높아지면서 기록 경쟁이나 무리한 훈련은 자제하고 있다. 예전엔 기록이 목표였지만 지금은 '가능한 오랫동안' 마라톤을 하는 게 목표라는 것.

이구원 사무국장은 "평균 연령을 계산해 보고 깜짝 놀랐다. 54세인 내가 총무 5년하고 사무국장 3년 하는 등 8년간 막내 노릇을 했을 정도니 평균 연령대가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웃음 지었다.

달리네클럽은 고성마라톤(1월), 밀양마라톤(2월), 동아마라톤(3월), 대구마라톤(4월) 등 전국에서 열리는 각종 대회에 연간 4~6차례 정도 참가한다. 올해는 첫 대회로 3월 18일 열리는 동아마라톤대회를 선택, 남자 회원 15명 등 16명이 풀코스 신청을 해둔 상태고, 4월에 열리는 대구국제마라톤대회에도 전 회원이 참가할 계획이다.

달리네클럽은 앞으로 회원 수를 늘려 지부를 만들고 봉사활동에도 적극 나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김종상 회장은 "회원 수를 늘려 동구, 북구, 수성구 등 구별 지부, 나아가 전국 시도에도 달리네클럽 지부를 만들어 달리네클럽 차원의 국제대회를 개최하는 게 꿈"이라며 "불우이웃돕기나 지역'국적을 떠난 육상 유망주 육성 등 각종 봉사활동도 고려하고 있다. 이미 10년이 지난 것처럼 동호회가 100년 더 활발하게 유지되면 세계적인 마라톤클럽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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