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 '2'22 독도전쟁'

삼봉도(島), 가지도(島), 석도(島), 이 세 가지 섬 이름만 듣고서는 어느 바다에 있는 어느 섬인지 금방 알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우산도(島)란 이름을 힌트로 줘도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이름의 섬은 바로 독도(獨島)다. 서기 512년에 우산도란 이름을 지은 지 1천499년이 지났고 독도라는 이름을 지은 지도 106년이 됐으니 그 이전에 삼봉도, 가지도, 석도라는 이름으로 바뀌어온 것까지 요즘 세대가 다 기억하기는 어렵다.

옛 이름이야 어찌 됐건 독도는 어느새 국민들 머리와 가슴에 본토보다도 더 강하게 '우리 땅'이라는 영토 개념을 상징시키는 이름이 됐다. 지질학적으로 본다면 제주도보다 240만 년 더 일찍 바다 위로 솟아오른 섬이고 울릉도보다도 210만 년이나 일찍 태어난 맏형뻘 섬이다. 나이로야 460만 살이 넘은 고도(古島)지만 키 높이는 동도(東島) 98.6m. 서도(西島) 168.5m에 섬 둘레 역시 2.8㎞밖에 안 되는 쪼그마한 쌍둥이 섬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 덩치 작은 섬이 해마다 2월이 되면 2억 가까운 한일 양 국민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기(氣) 싸움을 벌이게 하는 묘한 힘을 부리고 있다. 올해도 내일모레 2월 22일, 일본 시마네 현과 한국의 경상북도가 또 한 판 붙는다. K1 같은 발차기나 주먹 날리기 한 판이 아니라 이벤트나 문화와 학술 행사 등을 통한 '우리 땅 전쟁'의 기세 싸움이다. 일본은 7년 전부터 2월 22일을 '다케시마(독도의 자기네 명칭)의 날'이란 기념일로 정해 매년 이맘때면 판에 박힌 독도 영유권 시비를 걸어온다. 모레도 '이승만 라인(Line)과 다케시마'라는 주제로 저네들에게 유리한 역사 자료 전시회를 열고 시민 강좌도 연다. 때맞춰 일본 우익 단체들도 주일 한국 대사관과 영사관(도쿄, 오사카, 고베) 코앞에 다케시마 비(碑)를 세우겠다면서 설치고 있다. 비문에는 '일본 고유의 영토 다케시마'라고 새기겠다는 거다.

매년 되풀이되는 '2'22 독도전쟁'은 캠페인 행사의 이벤트 내용 규모와 학술, 문화, 교육 부문의 아이디어를 놓고 보면 '가재는 게 편'이란 편견을 감안해도 일단 경상북도와 안용복 재단의 판정승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문제는 정치인이나 정부의 독도 수호 의지, 그리고 섬 영유권에 대한 깊은 연구와 끈기의 지속성에서도 일본을 압도하느냐는 데 있다.

일본은 일찍이 '다케시마 문제 연구회'라는 걸 조직했다. 물론 그 외 민간 단위의 수많은 연구단체와 기구는 1천 개가 넘는다는 얘기도 있다. 독도를 겨냥한 국제 해양 관련법 연구 역시 소리 없이 파고들고 있다. 우리 쪽도 재작년 독도사료(史料) 연구회를 만들고 일본 독도 연구 동향 파악을 시작하고 지역 내 6개 대학들도 독도 연구 조직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긴 하다. 언젠가 국제사법기구에서 '2'22 독도전쟁'의 분쟁이 부딪치는 날이 왔을 때 어느 쪽이 더 국제사회가 인정해 줄 수 있는 심도 있는 논리와 근거들을 많이 찾아내고 만들어 냈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게 돼 있다.

어느 나라 국회의원들의 목청이 더 컸느냐라거나 머리띠 너비가 어느 쪽이 더 넓적했고 누가 주먹 쥔 팔을 더 세게 흔들었느냐는 따위로 심판되지 않는다. 당장 올해 2'22 독도전쟁을 맞으며 주위를 돌아보라. 독도에 들어가 일본 정치인 입도(入島)를 막겠다고 설치던 정치인은 물론이고 일본의 2'22 다케시마 날 시위에 맞서자고 나선 정치꾼들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온통 총선 웅덩이에 정신이 빠져 독도쯤은 바다 건너 불구경 격이다. 그런 냄비 근성의 망각 속에서도 그나마 우리 지역 대학들과 도(道)가 일본 측의 다케시마 날 도전에 대응한 학술 토론회와 세미나를 열고 전시회를 펼친 건 큰 힘이 됐다. 섬 현장에는 4천억 원을 투입해 방파제를 착공했고 독도 해역에는 종합해양과학기지가 내년에 완공된다. 6월에는 수중촬영대회와 지질공원 등재 추진과 함께 독도 사관학교 및 독도 수호 중점 학교 육성, 독도신문 발간 등 교육'홍보 활동도 펼친다.

정치꾼들이 선거판에 빠져 있든 말든 머리띠 두르고 독도로 생색 내러 오든 말든 2'22 독도전쟁에 대비해 묵묵히 탈정치적 독도 지킴이 사업들만 펼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의 외면 속에 치르고 있는 우리 지역 도(道)의 외롭고 지혜로운 싸움의 승전을 위해 600만 경북'대구 시'도민들끼리나마 마음의 성원을 보태줘야 할 2월이다.

김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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