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경기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구속됐거나 조사 중인 일부 선수들이 미리 확보한 경기조작 정보를 이용해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에서 베팅한 뒤 거액을 챙긴 것으로 확인했다. 또 프로배구 경기조작에 연루된 전'현직 선수가 17명에 이르고 소속 구단도 남자 5개, 여자 1개로 확인되는 등 경기조작 사태가 프로배구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기조작 선수 베팅도 병행
대구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조호경)는 20일 프로배구 경기조작에 가담한 일부 선수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에 직접 베팅까지 해 거액의 수익을 올린 사실을 확인하고 정확한 베팅 규모 등을 수사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미 구속됐거나 소환조사를 마친 일부 선수들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계좌추적을 통해 파악한 결과, 전'현직 선수 2, 3명 정도가 브로커들로부터 경기조작 부탁을 받은 뒤 자신도 실제로 도박사이트에 베팅해 배당금을 챙겼다는 것, 이 선수들은 적발을 피하기 위해 지인들의 명의로 도박사이트에 베팅했으며, 베팅 금액은 수백만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한 관계자는 "이들 선수는 브로커들로부터 경기당 수백만원씩의 사례금을 받고 경기조작도 하고 자신의 경기에 베팅까지 한 정황을 포착했다. 구체적인 베팅 금액과 챙긴 배당금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혐의점이 확인된 다른 선수들에 대해서도 스포츠 도박사이트 베팅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또 브로커에게 경기조작에 가담할 선수를 섭외해주고 그 정보를 이용해 스포츠 도박사이트에 베팅해 이득을 챙긴 선수들도 조사하고 있다. 실제로 군 검찰은 브로커에게서 선수 매수 대가로 6천600만원을 받고 같은 팀 선수를 매수하려 한 혐의로 현역 선수인 C(27) 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이 선수가 내부 브로커 역할을 했으며, C 선수 외에도 브로커 역할을 한 선수가 더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가담 선수 17명으로 늘어
검찰은 이달 17일 남자배구 현직 선수 1명과 전직 선수 2명을 경기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소환조사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브로커와 이미 조사를 받은 전현직 선수들을 대상으로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기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다른 남자선수 3명을 소환해 조사했다"며 "여자선수는 불구속 수사 중인 2명 외엔 더는 수사계획이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번 경기조작에 연루된 남자배구 전'현직 선수는 15명, 여자배구 선수 2명 등 모두 17명으로 늘었다. 이 중 4명은 구속, 4명은 불구속 입건됐고 나머지 9명은 수사를 받고 있다.
특히 남자배구의 경우 전체 7개 구단 중 5개 구단이 경기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조사돼 프로배구계가 초상집이다. 이들 선수 중 대부분은 군팀인 상무신협 시절에 돈거래를 통한 경기조작 유혹을 떨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KEPCO 등 일반팀 소속 선수들도 경기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조사에서 밝혀진 경기조작은 2009~2010 시즌과 2010~2011 시즌 등 2년 동안 20여 차례에 걸쳐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대표는 물론 신인왕, 올스타 등 스타플레이어도 다수 포함돼 있으며 포지션은 세터, 리베로, 공격수(레프트'라이트), 센터 등 전 포지션에 걸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배구 경기조작 사건은 이달 말쯤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재 브로커와 전주 등의 배후세력 검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프로야구 경기조작 의혹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이번 주 중 의혹이 제기된 3명의 선수들을 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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