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대구 북구 관음동 한별유치원 졸업식장. 7살 된 꼬마들이 소매를 걷었다. 수십 명의 어린이들이 의자에 앉은 엄마 아빠 앞에 무릎을 꿇고 세숫대야에 담긴 부모의 발을 조심스레 만졌다. 어린이들은 엄마 아빠의 발을 씻기며 웃어댔지만 엄마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자신을 돌보느라 거칠어진 엄마의 발에 최준혁(7) 군이 뽀뽀를 했다. 엄마 이윤영(38) 씨는 "아이가 내 발을 씻겨주니 간지럽기도 하고 내 자식이 벌써 이렇게 컸나 싶어 기분이 좋아진다. 자식 키우는 보람이 이런 게 아니겠느냐"며 활짝 웃었다.
졸업식을 맞아 대구의 한 유치원에서 졸업생들이 부모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을 했다.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감사하는 마음과 사랑을 표현하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유치원에서 마련한 행사다.
이날 졸업생 55명은 직접 만든 종이꽃을 전달하고 엄마 아빠의 발을 씻겨주며 부모님 은혜를 되새겼다.
장보경(7) 양의 엄마 박지민(35) 씨는"딸이 내 발을 씻겨준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이런 행사가 아니면 애들이 엄마 발을 씻겨줄 기회가 없을텐데 이렇게라도 한 번씩 자녀와 교감할 수 있어서 참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유치원 측은 앞으로도 졸업식 때마다 이 같은 행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별유치원 이순종 원장은 "요즘엔 맞벌이 가정이 늘고 육아에 대한 부담이 늘다보니 아이 한 명만 낳아 기르는 가정이 많다. 부모의 일방적인 사랑을 받은 아이들이 효를 실천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졸업식처럼 가족이 모두 모여있는 자리에서 발을 씻겨주는 행사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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