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이없는 새누리당…"신공항, 중앙당선 빼도 대구서는 공약 삼아라"

대구와 부산 정면충돌 야기…총선표 위해 국론분열 초래

새누리당이 '남부권 신공항'을 4'11 총선 공약에서 제외하기로 한 가운데 중앙당에서는 공약에 포함시키지 않지만 지역별로는 공약을 해도 된다는 '이상한' 방침을 세워 표만 생각할 뿐 지역별 대결을 격화시켜 결국 국론을 분열시키는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이는 다른 말로 대구에서는 한다고 하면서 부산에서는 안 한다고 해도 되고, 부산은 이리로 간다고 하면서 대구는 저리로 간다는 말을 해도 된다는 웃기는 약속에 다름아니다. 새누리당에서는 할 말이 없게 됐다.

이주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16일 국회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당 총선공약개발단에서 검토했던 신공항 관련 공약은 새누리당 중앙당에서는 총선 공약으로 제시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다만 "중앙당 차원이 아닌 지역 차원에서는 신공항사업을 공약으로 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의장의 언급대로라면 같은 새누리당 후보이면서 대구에서는 '정치생명을 걸고 남부권 신공항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후보들이 속출하고, 부산에서는 '신공항은 김해공항의 가덕도 이전 외에 안 된다'는 이야기를 쏟아낼 것이 확실하다. 과연 유권자들은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는지 중앙당은 "지방에서 알아서 하라"는 말만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에서 표를 얻기 위해서는 '공(空) 수표를 마구 찍어내도 된다"는 말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대구 지역 국회의원들은 "대구와 부산이 정면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총선은 중앙당 공약에서 뺐지만 대선 공약에는 포함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도 공약 불포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대선 공약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그때 가서 검토해볼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또한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를 해서 일단 고비를 넘기고 보자는 술수라는 것이 언론과 야권의 공격이다. 당장 부산에서는 '총선 공약 배제'를 환영하면서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대선 공약에서도 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대구와 부산의 타협은 불가능하다는 자세다. 상황이 이런데도 새누리당에서는 "대선공약으로 대구와 부산이 하나가 되는 안을 만들 수 있다"며 "총선에서 지지를 해 달라"고 했다.

부산 쪽 이야기는 예상대로 대구와 전혀 다르다.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은 "부산지역의 민심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어 중앙당 차원의 채택은 제지했지만 공천이 끝난 뒤에 부산시에 나서는 후보들끼리 김해공항을 가덕도로 확장이전하며 국제공항을 만들겠다고 공약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부산지역 언론이 보도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 의원은 이어 "다른 지역(대구 등)에서도 공항 추진을 공약으로 하고 싶으면 하면 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의 발언을 종합하면 중앙당은 발표하지 않지만 지역에서는 저마다 동네 별로 알아서 '중구난방'으로 공약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새누리당이 선거전 초반 전력을 부산경남에 집중한 결과 소외된 대구경북 새누리당으로서는 "부산경남만 안중에 있고 대구경북은 찬밥 신세"라는 비판론에도 마땅한 대응논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역 새누리당이 신공항을 대체할 변변한 지역 공약도 없이 어떻게 지역 표심에 호소를 할 지 주목된다. 지금으로서는 그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 승리'를 최 전방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새누리당을 잘 봐달라는 이야기다.

이동관 정치부장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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