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요양병원 '저가 경쟁' 환자들만 생고생

최근 72세 노모의 간병을 위해 포항의 한 요양병원을 찾은 A(42'포항시 남구 해도동) 씨는 이 병원에서 솔깃한 제안을 들었다. '환자부담금이 원래 월 50만원이 넘지만 지금 계약하면 30만원에 해주겠다'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몇 군데를 더 둘러보니 병원마다 A씨에게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까지 환자부담금 감면을 제안해왔다.

A씨는 "한 병원은 병원비를 깎아주는 대신 정부에서 조사가 나오면 '원래 50만원을 내야 하는데 형편이 어려워 30만원을 아직 못 냈다'고 답하라고 했다"며 "병원비를 깎아준다니 좋긴 한데 늙은 노모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포항의 상당수 요양병원들이 환자부담금을 감면해주는 등 진료비 불법 청구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요양병원 진료비는 80%를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나머지 20%를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병원 식사비는 건보공단과 환자가 각각 절반씩 내고, 성인용 기저귀값과 간병비 등 부대비용은 모두 환자의 몫이다.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중증 노인환자의 1달 평균 요양병원 입원비(2010년 기준)'는 총 122만원 중 98만원을 건보공단에서, 나머지 24만원을 환자가 부담하고 있다. 여기에 부대비용을 더하면 환자부담금은 총 85만원이다.

하지만 포항의 요양병원 7곳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122만원의 입원비를 기준으로 문의했을 때 1곳을 제외한 6곳이 50만원 이하의 환자부담금을 제시했으며, 이 가운데 최하 20만원을 제시한 곳도 있었다.

의료법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의 비급여 부분(환자 자부담금)을 병원 측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감면해 줄 경우 환자 불법유인 행위로 간주돼 처벌 대상이 된다. 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 노인 장기요양기관의 본인 일부 부담금 할인, 유인 알선행위 금지 등을 담은 '노인 장기요양보험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요양병원이 환자부담금을 할인해주면 환자로서는 당장은 이익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병원들의 적자로 이어져 의료서비스의 질적 하락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환자를 끌기 위해 부대비용 일부를 병원 미수금으로 책정하는 방식으로 진료비를 감면해주는데, 이럴 경우 결국 병원 적자 폭이 커지다 보니 식사 재료나 안전시설 개선 등 다른 측면에서 이를 벌충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포항시 북구보건소 관계자는 "환자 보호자들은 당장의 금전적 이익 때문에 병원을 감싸주는 일이 많은데, 이것들이 모두 나중에 피해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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