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의 정확한 내용이 '죽으면 끝나는 거야', 예요, 아니면 '죽어야 끝나는 거야'예요? 분명히 하세요. 대본 토시 하나도 작가가 의미를 두고 심혈을 기울여 썼는데 대본을 마음대로 고쳐 연기하면 되겠어요."
23일 오후 1시,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신진예술가 지원사업 가운데 연극 분야 실기 심사가 진행됐다. 총 11명의 출연자가 차례로 무대에 오르는데, 한 사람당 3분가량 무대 위에서 연기를 펼쳤다. 텅 빈 무대는 배우의 연기에 따라 다채로운 공간으로 바뀌면서 극적인 무대로 변신했다.
이날 심사위원은 연극연출가 박근형, 이병훈, 세종대 교수 송현옥, 서울시립극단 감독 김철리.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연극연출가 및 연극인이 이날 심사를 맡았다.
3분간 연기가 끝나면 곧바로 심사위원들의 주문이 이어졌다. "욕이 나오지 않는 대사를 해보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감정을 최대한 감추고 차갑게 연기해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노래를 불러보라", "다른 연기를 해보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지원자들은 미처 준비하지 않은 무대를 즉석에서 선보이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무대에 오르는 한정된 시간 동안 지원자들은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다. 한 여자 출연자는 연기 후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기도 했고, 또 다른 출연자는 메이크업, 의상, 소품까지 완벽하게 준비해오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김철리는 "소리가 하나도 안 들린다"고 일갈하는가 하면 이병훈은 "연기자로서 평소 훈련을 전혀 하지 않는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송현옥은 "지금 연기가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만들어낸 말투 때문"이라면서 "배우는 서 있어도 그림이어야 하는데, 자신감이 없어보인다"고 젊은 후배들에게 조언하기도 했다. 때로는 "기본기가 전혀 안돼 있으니 기본기를 연마해야 할 것"이라는 직설적인 조언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에는 음악 분야 신진예술가 선발이 진행됐다. 피아노, 성악, 플롯, 첼로 등 다양한 분야의 젊은 음악인들이 무대에서 기량을 발휘했다. 처음엔 경직되는가 했지만 짧은 시간 안에 심사위원들에게 강한 인상을 전달하기 위해 저마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곡을 들고 나왔다.
대구문화재단이 올해 처음으로 실시하는 '신진예술가 지원사업'은 펠로우십 지원제도로, 일회성 지원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재정 지원과 관심으로 신진 예술가 창작 의욕을 고취하게 된다. 5개 장르에서 1~3명 선정하게 되고, 선정된 예술가에겐 10개월간 매월 80만원을 지원하게 된다. 이와 함께 멘토의 활동 컨설팅, 홍보전략 수립 등 다각적인 지원이 전개된다.
원상용 대구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은 "젊은 예술가에 대한 펠로우십 지원제도는 영국이나 프랑스에는 일반화돼 있지만 국내는 처음이라 전국의 예술기관이 이를 주목하고 있다"면서 "예술가 소양교육, 다양한 과정을 통해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고 육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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