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미 FTA D-20 '몸 맞추기'…자동차·섬유 대응 분주

원산지 기준 맞추느라 해외공장 국내 유턴도

다음 달 15일 한
다음 달 15일 한'미 FTA의 발효를 앞두고 대구경북 지역 자동차부품 기업, 섬유업계가 미국 시장을 두드리기 위한 사전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매일신문 자료사진

평화발레오는 지난해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3개월 만에 유럽 시장의 매출이 10% 상승했다. 회사 관계자는 "한'EU FTA처럼 한'미 FTA도 분명 회사에 큰 효과를 줄 것으로 보인다"며 "관세 혜택에 따른 전략을 위해 수개월 전부터 직원들을 미국 현지로 파견, 딜러들을 일일이 만나 관세 철폐로 인한 우리 제품의 강점을 설명해왔다"고 밝혔다.

한'미 FTA의 내달 발효를 앞두고 대구경북 지역 기업들이 미국 시장 확대를 위한 노력으로 분주하다.

특히 대구경북은 주력 산업인 자동차와 섬유 업종이 한'미 FTA 발효로 가장 큰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상돼 사전 준비 여부에 따라 기업 성장세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부품의 미국 진출 강화

상신브레이크는 원산지 증명 시스템 구축으로 FTA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2천억원의 매출 중 미국 수출은 30억원으로 규모는 작지만 향후 FTA 이후의 효과를 예상해 일찌감치 준비를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관세 혜택을 위해서는 원산지 증명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지난해부터 TF팀을 꾸려 준비해왔다"며 "수개월간 외부전문가와 협력해 원산지증명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개발한 시스템은 완제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원재료와 부품의 원산지를 일일이 사람이 확인할 필요 없이 전산적으로 추적이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완제품을 만들었을 경우 원산지의 기준에 따라 관세 혜택 유무를 즉각 판단할 수 있고 품목별로 표시까지 가능하게 했다.

국내외 완성자동차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과 달리 캐프는 해외 애프터마켓에 와이퍼를 직접 수출하고 있어 관세 철폐로 인한 혜택이 가장 큰 기업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캐프는 향후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구상 중이다. 곽우영 이사는 "순수 국산제품인 우리 와이퍼는 관세 혜택 준비는 당연히 마쳤다"며 "장기적인 수출 증대를 위해 미국 현지에 캐프 인지도를 올리는 데 노력 중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회사는 현지 유통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판매 가격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까다로운 섬유 원산지기준 준비

지역 섬유업계 역시 지난해 수출 증가세를 한'미 FTA로 인해 계속 이어갈 수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의 지난해 섬유류 수출은 전년 대비 14.2% 증가한 32억6천220만달러를 달성해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대미 수출의 경우 전체 수출금액의 9.4%인 3억520만달러로 나타나 국내 전체 섬유류의 대미 수출금액 비중(8.4%)보다 높다. 그만큼 지역에서 미국 시장이 가지는 수출 잠재력이 큰 것. 특히 최근 이란 사태로 인해 중동지역 수출물량 감소분을 미국시장이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섬유업계는 원산지 증명을 위해 국내 원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관계자는 "지역의 직물업계 중 약 30%는 국산 원사가 아닌 수입 원사를 사용하고 있어 미국 수출에서 관세 혜택을 받기 어렵다"며 "최근 국내 원사 도입을 고려하는 업체들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 공장을 국내로 유턴시키는 것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회사는 생산시설을 중국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하고 현지에 생산부지를 확보, 부지 조성에 착수했지만 인건비 상승 부담에 한'미 FTA의 원산지기준 충족을 위해 국내에 잔류하기로 결정했다.

섬개연 박원호 본부장은 "섬유는 원산지기준이 다른 품목에 비해 더욱 까다롭기 때문에 더 신경 써서 준비해야 하는 산업이다"며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당장 필요한 부분부터 손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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