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정태의 중국책읽기] 미래지향적 비전 가진 '知臺派'

대만인이 보는 차기 대륙지도자 시진핑

까오샤오 저(2011, 대북시 고보서판)

"Xi Jinping, 그는 태자당(太子黨)이다. 부친 시쫑쉰(習仲勛)은 중국국무원부총리를 지냈다. 그는 지대파(知臺派)이다. 푸젠성(福建省)성장 재임 시기에 소삼통(小三通-통상'통항'통우)을 추진했다. 그는 중국 제5대 지도자이다." 대만에서 출간된 까오샤오의 '중국의 새로운 지도자 시진핑'이란 책의 표지에 실린 글이다.

얼핏 생각하면 대만인에게 있어 시진핑은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 김정은의 존재처럼 적장(敵將)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느낌이 다르다. 지대파라고 규정하는 내심에는 대만인들의 기대감이 담겨 있는 듯하다. 분명 국공내전 이후 국민당과 공산당 사이에 쌓였던 원한과 적대감의 앙금이 남았을 텐데도 말이다.

한편 책의 내용을 보면 대만인의 마음이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대부분의 중국인처럼 시진핑도 중국정치역사가 만들어 낸 희생자의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시진핑의 인생 역정을 보면 소상하게 알 수 있다. 혁명원로의 자식으로 태어나 유년기에는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영위했다. 그러나 9살이 되던 해에 부친의 정치적 추락으로 하루아침에 최고위층에서 떠돌이 반당분자로 전락하고 말았고, 그 후 반평생을 불안 속에서 전전긍긍하며 살았다. 그 후 부친이 복권되면서 칭화대학에서 수학하게 되었고, 허베이(河北)를 시작으로 푸젠, 저장(浙江), 상하이 등지를 돌며 직무를 수행했으며, 종국적으로 베이징에 당도하여 새로운 세대 지도자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시진핑은 중국역사과정과 맥락을 같이한 파란만장한 인생여정의 주인공이다. 그것은 중국인들이 가진 아픔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의 업적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푸젠성장 시기 막혔던 양안관계를 뚫었다는 치적 외에도 저장성 근무시기에는 저장성발전정책을 추진하여 자원이 빈약한 작은 성(資源小省)을 억만장자의 부자성(萬億富省)으로 탈바꿈시켰다. 그가 20여 년 동안 근무한 푸젠, 저장, 상하이 지역이 지금 중국경제를 견인하는 중심지가 된 것이다.

결국 대만인들이 시진핑을 평가하는 기준은 대륙지도자로서가 아니라 그의 능력과 업적 때문이다. 과거에 매달려 현재를 희생시키려는 우매함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가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도 그런 사람이 간절하다. 60년 세월의 대한민국을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시킬 비전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하다.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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