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영화] EBS 세계의 명화 '피아니스트' 25일 오후 11시 40분

2차 대전의 불길이 한창 타오르던 1939년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계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쇼팽의 야상곡을 연주한다. 하지만 이 라디오 방송국은 곧 폭격을 당하고, 유대인 집단거주지역 게토에서 생활하던 스필만의 가족들은 사지로 향하는 기차에 강제로 몸을 싣게 된다. 그가 유명한 피아니스트임을 알아본 군인들 덕분에 간신히 목숨을 건진 스필만은 폭격으로 폐허가 된 건물을 은신처 삼아 허기와 추위와 싸우며 끈질긴 삶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어느 날 순찰을 돌던 독일장교에 발각되고 만 스필만, 그는 독일장교의 명령에 의해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연주를 시작하게 되는데….

2차 세계대전이라는 인류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의 원작을 프랑스, 독일, 폴란드, 영국 등이 참여하여 완성시킨 대서사시다. 총 제작비 3천500만달러가 투입됐고, 1천 명이 넘는 스태프와 연기자가 참여했다. 제작진은 수개월에 걸친 사전조사와 준비를 통해 1930, 40년대의 유럽의 모습을 정확히 재현해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CG나 얄팍한 영상기술을 배제하고 이 고통과 야만의 시대를 진솔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완벽주의자로 알려진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미국에서 애드리언 브로디를 찾아내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애드리언 브로디는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전시의 공포에서 살아남는 폴란드 예술가 스필만의 감정을 세심하게 연기해냈다. 세자르 영화제 작품, 음악, 촬영, 남우주연상, 미국 아카데미 남우주연, 각색, 감독상, 전미비평가협회 각본, 감독, 남우주연, 작품상,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감독인 로만 폴란스키는 1933년 파리에서 유태계 폴란드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로만 폴란스키는 3살 때 가족과 함께 고향 폴란드로 돌아갔으나, 곧 2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함께 그의 부모는 나치수용소로 끌려갔으며, 어머니는 그곳에서 죽음을 맞았다. 미국에서 찍은 첫 번째 영화이자 아이라 레빈의 스릴러 소설을 영화로 옮긴 '악마의 씨'(1968)는 놀라운 성공을 거두며 그에게 안정적인 지위를 보장해줬다. 1974년 할리우드로 돌아온 로만 폴란스키는 자신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 '차이나타운'을 완성했다. 자전적인 영화인 '피아니스트'(2003)로 칸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화려한 복귀식을 치렀다. 러닝타임 148분.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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