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쉰다'는 말이 있다. 닥친 일이 막막할 때를 다소 과장해서 표현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 땅이 꺼지는 황당하고도 어이없는 일이 현실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이른바 '싱크홀'(Sink hole)이다. 싱크홀은 장소를 불문하고 예고 없이 지표면에 발생하는 거대한 구멍으로 깊이가 수백m에 이르는 것도 있다. 대체로 둥근 형태다.
이 때문에 '땅 위의 블랙홀'이라고도 불린다. 싱크홀이 발생하면 그 위에 있던 건물이나 자동차는 순식간에 빨려 들어간다. 최근 인천에서 한낮 도심에 이 같은 싱크홀이 발생해 인명 피해로 이어지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빈발하는 싱크홀
이달 18일 인천시 왕길동 모 아파트 앞 6차로 도로가 무너지며 지름 10m, 깊이 20m짜리 웅덩이가 생겼다. 이 때문에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던 신원 미상의 남성 1명이 매몰돼 6시간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번 사고로 수도관과 가스관이 파열되면서 이 일대 수천 가구에 수돗물과 가스 공급이 중단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2010년 5월 중앙아메리카의 북서단에 위치한 과테말라의 수도 과테말라시티에는 무려 지름 30m, 깊이 60m의 구멍이 생겼다. 3층 건물과 3채의 단독건물이 이 구멍에 순식간에 빨려들어갔다. 메우는 데만 3년이 걸렸다.
과테말라시티에는 2007년 4월에도 깊이 100m에 달하는 구멍이 생기면서 20여 채의 가옥이 빨려 들어가고 3명이 사망한 적이 있었다. 같은 해 12월 독일 슈말칼텐(Schmalkalden)의 한 주택가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이 구멍 속으로 자동차 등이 빨려 들어가면서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일었다.
2010년 2월 중국 쓰촨성 창닝현의 한 마을은 일주일 사이에 크고 작은 구멍 80~100여 개가 생기면서 멀쩡한 집, 논밭, 도로, 저수지 등이 가라앉았다. 지난해 1월 중국의 저장성 루이안시 도심에서도 도로에 폭 10m의 구멍이 생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고 당시 큰 굉음과 함께 지반이 무너졌다고 한다. 이 사고로 지나던 버스가 구멍에 빠졌고, 폭파지점 근처 빌딩이 흔들리거나 일부 창문이 깨지는 등 큰 혼란이 벌어졌다.
2005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왕복 5차로 도로 전체가 가라앉는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20여 가구가 대피하고 2천여 가구에 전기가 끊겼다. 이후 플로리다 지역에서는 크고 작은 싱크홀이 나타나면서 '은퇴자의 천국'이라는 명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처럼 미국, 독일, 중국 등 전 세계적으로 싱크홀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자연재해에서 비교적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전남 무안군에서는 전날까지 멀쩡하던 방앗간이 하룻밤 사이 땅속으로 사라지는 등 최근 13년 동안 19차례의 싱크홀이 발생했고, 2010년 6월 충북 청원군의 마을 저수지에 구멍이 생겨 물이 모두 없어져 버렸다.
◆원인 두고 의견 분분
싱크홀의 원인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자연현상이라는 주장에서부터 인재, 지구종말론의 징후, 외계인의 소행이라는 주장까지 나타나고 있다.
우선 과학적인 설명이 가능하다는 견해로는 싱크홀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의 공통점은 '석회암' 지대라는 것이다. 탄산칼슘이 주성분인 석회암은 빗물이나 지하수에 의해 쉽게 침식되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석회암이 물에 용해되기 시작하면 균열이 발생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빈 공간인 지하동굴이 생기게 된다. 이 동굴이 윗부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면 싱크홀이 발생한다는 것.
석회암 외에도 백운암, 탄산염암, 암염 지대에도 비슷한 현상이 종종 발생한다. 미국에서 싱크홀이 자주 나타나는 플로리다와 텍사스, 앨라배마, 미주리, 켄터키 등지가 이 같은 지반 탓이다.
일부에서는 과도한 도시 개발을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달 인천 사고는 인천지하철 2호선 201공구 건설 현장에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공사 과정에서 노쇠한 하수관이나 배수관이 파열되면서 물이 샜고, 주변 흙들이 물에 빨려들면서 지반이 약해져 구멍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도 싱크홀이 나타나는 이유로 꼽힌다. 지하수를 과도하게 퍼 올리면 대수층(지하수를 품은 지층)의 수면이 낮아져 공간이 생기면서 결국 윗부분이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한순간에 무너진다는 것.
또 가뭄이나 지진 등 자연재해 탓에 발생하거나, 폐광이 무너지면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경북대 김교원 교수(지질공학과)는 "폐광이 무너져 발생하거나, 공사 도중 상'하수도관의 균열로 물이 새면서 흙이 강도를 잃어 휩쓸리면 갑작스럽게 싱크홀이 발생한다"고 했다.
싱크홀을 지구 종말의 전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싱크홀이 모두 드릴로 뚫은 것처럼 둥근 것을 두고 인위적으로 구멍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외계인전문가는 "과테말라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분명히 외계인의 소행이 맞다. 땅이 꺼진 이유는 아마 외계인들이 수백 년 혹은 수천 년 전에 건설해 놓은 지하기지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싱크홀(sink hole)
지하 암석이 용해되거나 기존의 동굴이 붕괴되어 생긴 움푹 팬 웅덩이를 말한다.
오랫동안 가뭄이 계속되거나 지나친 양수(揚水)로 지하수의 수면이 내려가는 경우 지반이 동굴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붕괴되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깔때기 모양 혹은 원통 모양을 이룬다.
석회암과 같이 용해도가 아주 높은 암석이 분포하는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싱크홀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기반암의 지붕 전체가 지하 공동(空洞) 속으로 갑자기 무너지는 현상을 스토핑이라 한다. 어떤 싱크홀은 지각변동으로 생성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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