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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사장기 테마리그 2연패 수성우체국

"배트 휘두르다 보면 쌓였던 스트레스 한방에 날아가요

수성우체국 선수들이 12일 사회인야구 오페라구장서 겨울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연습경기를 하고 있다. (사진 위). 매일신문사장기 사회인야구 테마리그서 대구경북 우체국 팀들이 모인 포스트리그 2연패를 달성한 수성우체국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아래)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수성우체국 선수들이 12일 사회인야구 오페라구장서 겨울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연습경기를 하고 있다. (사진 위). 매일신문사장기 사회인야구 테마리그서 대구경북 우체국 팀들이 모인 포스트리그 2연패를 달성한 수성우체국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아래)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사회인야구 수성우체국 팀은 지난해 '매일신문사장기 사회인야구 테마리그'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대구'경북 지역 7개 우체국 팀이 맞붙은 포스트리그서 정규시즌 9승3패로 순위표 맨 꼭대기에 이름을 올린 뒤, 플레이오프서도 승승장구해 결승에서 달서우체국을 꺾고 리그 2연패를 달성했다. 테마리그서 2년 연속 우승한 팀은 청소년리그 카디널스와 수성우체국뿐이다. 10개 리그서 우승팀이 바뀔 만큼 사회인야구팀들의 실력이 일취월장한 점을 고려할 때 수성우체국의 2연패는 값진 성과다.

수성우체국은 전국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2007년부터 시작된 우정사업본부장기 전국우체국 동호인야구대회서 4차례나 우승했다. 전국 각 지역 우체국들이 명예를 걸고 도전하는 이 대회는 매년 봄 또는 가을, 천안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치러지는데, 수성우체국은 6차례 중 4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수성우체국 정인욱(42) 감독은 "일부 팀들이 우리 팀을 꺾기 위해 아마추어 선수 출신을 스카우트해 대회에 출전할 만큼 수성우체국의 야구실력은 전국 우체국에 널리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챔피언에 올라 도전을 받는 입장이 됐지만, 왕좌에 오르기까지 고충도 많았다. 팀원들은 업무에 지친 노곤한 몸을 이끌고, 야간훈련을 마다하지 않고 열정을 보였다.

"2004년 11월 창단할 때만 해도, 그야말로 오합지졸(?)이었죠. 공을 제대로 던질 줄 아는 선수가 없었어요."

우체국 특성상 남자들이 많아 선수를 모으는 데는 별로 힘들지 않았지만, 보는 것과 직접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다. 창단을 주도하며 초대감독을 맡았던 김남미(43) 씨는 "야구를 좋아하는 직원들이 많았는데, 정작 직장 내엔 축구 동호회밖에 없었다"며 "몇몇 직원들과 야구를 한번 해보자고 의기투합한 후 너도나도 가입하면서 30명이 모였지만, 형편없는 실력에 마땅히 연습할 장소가 없어 애를 먹었다"고 했다.

토'일요일 집안일을 뒤로 미루고 학교의 빈 운동장을 어렵게 찾아 모였지만, 연습은 쉽지 않았다. 잘못 맞은 공이 유리창을 깨 쫓겨나는 일도 여러 번 있었다. 구미에 연습장소를 구해 2년간 연습한 덕분에 야구팀의 면모를 조금은 갖췄지만, 2007년 처음 출전했던 사회인야구리그서 하위권에 머물며 얕은 실력을 절감했다.

그때부터 퇴근 후 소집령이 내려졌고, 3개월간 대구의 한 초등학교 야구부 코치를 영입해 오후 10시까지 맹훈련을 했다. 펑고를 받을 땐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였다. 하지만 회원들은 타격기술을 배워 공을 멀리 치자 재미있어 했다.

"TV에서 봤을 때와 직접 하는 야구는 너무나 달랐어요. 공을 쫓아 두세 번만 뛰어도 숨이 턱 밑까지 찼어요. 운동부족으로 체력이 형편없었죠. 웨이트트레이닝과 투구 및 스윙 연습을 꾸준히 한 덕분에 이제는 쉽게 지치지도 않고, 야구 실력도 제법 모양새를 갖췄죠."

수성우체국의 장점은 끈끈한 동료 의식과 부지런함이다. 야구회원들이 대부분 집배원이다 보니 평일엔 짬을 내기가 쉽지 않다. 이들은 오전 8시 출근해 구역별로 편지, 등기, 택배를 간추려 오전 9시 30분쯤이면 오토바이에 올라 오후 4시까지 외근을 한다. 배달이 마무리되면 다시 우체국으로 돌아와 산더미처럼 쌓인 우편물을 또다시 간추린다. 그러다 보면 오후 7시가 훌쩍 넘고, 각종 고지서가 밀려드는 매달 10일부터 25일까지는 오후 10시까지 야근을 할 때가 많다. 설이나 추석을 앞두고는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다.

배달을 하다 보니 춥거나 더울 땐 힘이 두 배로 든다. 그러다 보니 주말이 되면 몸은 녹초가 된다. 하지만 야구를 하고부터는 오히려 힘이 났다. 주중에 쌓인 피로를 푸는 데 야구만 한 게 없기 때문이다.

우동호(32) 씨는 "2007년 서울중앙우체국과의 전국대회 결승에서 역전승을 거둔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고 있더라도 포기만 하지 않으면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더불어 홈런이나 큼직한 타구를 날린 땐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간다. 동료와 업무에서 벗어나 야구로 친분도 쌓을 수 있으니 이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김성준(35) 씨는 올해부터 청도우체국으로 발령이 났지만, 야구는 계속 할 생각이다. 김남미 씨는 주말이면 고령에서 멜론 농사를 짓는 어른들의 일손을 도와야 하는 처지다. 그는 육체적 부담이 만만찮지만 야구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선수들의 열정은 낡은 유니폼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창단 때 마련한 유니폼은 성한 곳을 찾기 힘들 만큼 해진 흔적 투성이다. 슬라이딩을 하다 무릎 부근이 찢어지고, 바지 하단은 그라운드에 쓸려 닳을 대로 닳아 있다.

수성우체국과 시합에 나서는 팀이 출전선수 명단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라인업에 프로야구 선수이름이 여러 명 기재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프로야구 선수는 아니고 이름이 똑같은 동명이인들이다. 지휘봉을 쥔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의 신예 투수 정인욱과 이름이 같다. 또 권오준(삼성 투수), 장기영(넥센 외야수), 김준환(전 해태 외야수) 선수의 이름도 보인다. 정인욱 감독은 "프로 선수와 이름이 같다 보니 상대팀에서 우스갯소리로 부정선수들이 너무 많다며 심판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고 했다.

지난해 포스트리그서 수성우체국은 감독상(정인욱), MVP(김성준)에다 다승왕'타격왕(박동윤), 탈삼진왕(김동혁) 등 개인상을 휩쓸었다. 수성우체국은 올 시즌 리그 사상 첫 3연패에 도전한다. 정성을 담아 우편물을 배달하듯 회원들은 온 정성을 담아 야구를 즐긴다. 강팀의 비결이 여기에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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