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장(盲腸)은 대장의 첫 시작 부위로 끝이 막혀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회맹판이라는 밸브를 통해 소장과도 연결돼 있다. 맹장의 막힌 부위의 끝에 관 모양의 돌기가 붙어있다. 이것을 벌레모양의 돌기, 즉 충양돌기(蟲樣突起) 또는 충수(蟲垂)라고 한다. 지름 2~4mm, 길이 6~7cm 정도다. 바로 여기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 '충수염'이고, 흔히 맹장염으로 알고 있는 질환의 올바른 명칭이다. 충수염은 우리나라 인구의 1% 정도가 앓고, 대구에서만 매년 2천여 명 정도 수술을 받는다.
◆10, 20대서 빈발…급성위염 오인 잦아
충수염은 매우 어린 아이나 노인들에게는 드물게 발생한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여성보다 남성에게 약간 더 많다. 일생 동안 약 7%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원인은 충수 입구의 구멍이 막혀서 생긴다. 이것은 충수 입구 점막 아래쪽에 있는 림프조직이 커지거나 딱딱하게 굳어진 변 조각, 다른 이물질에 의해 막힐 때 발생한다.
구멍이 막히면 박테리아가 지나치게 많아지고 충수 점막에서 점액이 계속 나와 충수가 붓는다. 이 때문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져 더 붓게 되고 나중에는 썩어서 터지는 바람에 복막염이 되거나 고름집을 형성하게 된다.
급성 충수염이 생기면 처음엔 윗배 또는 배꼽 주위에 체한 듯 통증이 생기면서 식욕부진, 구역질, 구토가 뒤따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은 오른쪽 아랫배로 내려가면서 점점 심해진다. 넓게 느껴지던 통증이 오른쪽 아랫배 한군데로 모이게 된다. 처음 증상이 생겨서 체한 듯 할 때 병원에 가면 흔히 급성 위장염으로 잘못 진단돼 약 처방만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오른쪽 아랫배로 통증이 옮겨가면 급성 충수염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다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초기'비만일 경우 초음파 감별 어려워
통증이 옮겨간 뒤 진찰을 받으면 여러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오른쪽 아랫배를 눌렀을 때 통증과 함께 배 근육이 움츠러들고, 또 눌렀던 손을 뗄 때에도 찌릿한 통증을 느낀다. 왼쪽 배를 누르면 오른쪽 아랫배가 아프거나, 왼쪽으로 눕힌 상태에서 오른쪽 다리를 펴게하면 역시 오른쪽 아랫배에 통증이 느껴진다. 모든 환자에게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이런 전형적인 증상이 없는 경우도 50%를 넘는다. 체온이 오를 수 있고, 터진 경우엔 고열에 시달린다.
또 혈액검사로 백혈구 증가가 있는지 확인하고, 소변검사에서 요로결석이나 신우신염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골반염 때문에 소변 내 적혈구나 백혈구가 많이 보이는 것은 아닌지도 구별해야 한다. X-선 및 초음파 검사도 한다. 초음파 검사에서 눌러도 찌그러지지 않고, 지름이 7mm 이상인 염증이 있는 충수돌기를 확인해서 급성 충수염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초기 충수염이거나 환자가 비만인 경우 초음파 검사만으로 감별이 힘들다. 이런 경우 선택적으로 복부 CT나 MRI 검사를 하기도 한다. 곽병원 2외과 신언성 진료부장은 "간혹 초음파에 잘 나타나지 않아 잘못 진단을 내리는 경우도 있을 만큼 충수염은 진단이 쉽지 않다"며 "오른쪽 아랫배에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들로 소아의 장중첩증, 위장염, 장간막 임파선염, 게실염, 난소염전, 메켈시씨 게실증, 크론병, 배란통, 월경통, 골반염, 자궁외 임신 등이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터지기 전에 응급수술이 급선무
원칙적인 치료는 응급수술이다. 특별한 경우 항생제로 치료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복막염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다행히 치료가 돼도 재발하는 비율이 35%에 이르기 때문에 특수한 경우 외에는 사용되지 않는다.
수술은 충수돌기를 잘라내는 '충수 절제술'을 말한다. 오른쪽 아랫배를 가로로 작게 절개해 수술하기 때문에 흉터가 크지 않다. 하지만 충수돌기가 터지고 난 뒤 수술을 하면, 더 크게 절개해야 하고 세로로 절개할 경우도 있어서 흉터가 더 커진다. 아울러 상처가 곪거나 배 안에 고름집이 생기는 등 합병증으로 더 고생할 수도 있다. 가장 많은 합병증은 수술 부위 감염. 터지기 전 단순 충수염일 때에도 약 4~8% 에서 발생하며 터진 경우에는 2배 이상 증가한다.
복강경을 통한 충수 절제술은 지름 10mm 구멍 한 개, 지름 5mm 구멍 2개를 뚫고 수술을 한다. 비용과 수술시간이 많이 들지만 흉터가 적고 통증이나 감염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복강경수술 기구의 발달로 수술 시간도 많이 줄어들고, 최근에는 배꼽 한 군데에 구멍을 뚫어 흉터가 보이지 않는 '단일공을 통한 복강경하 충수 절제술'도 하고 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곽병원 2외과 신언성 진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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