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을 알자] 유방암 (상)

"통증없는 딱딱한 멍울이…" 가슴앓이 말고 빨리 병원 가라

지난해 10월
지난해 10월 '유방암의 달'을 맞아 대구파티마병원 직원들이 유방암 예방과 치료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유방암은 섬유선종과 달리 초음파상 동그랗고 경계가 불규칙하며, 내용물이 균일하지 않고 지저분하다.(위) X-선 촬영에서 경계가 불규칙한 종양 모습이 희게 보인다. 폐경기 후의 유방은 지방조직으로 대체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검게 보여 1cm 미만의 작은 종양도 희게 나타나 쉽게 진단할 수 있다.

과거 유방암은 서구 여성에게만 흔한 병으로 알았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발생빈도가 꾸준히 늘어 여성암의 1, 2위를 차지한다. 유방암은 1990년대부터 늘기 시작해 2000년대부터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세계 유방암 증가율이 매년 0.5% 수준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0%씩 증가해 세계 증가율보다 20배나 높다.

이 때문에 유방암학회에서는 매년 10월을 '유방암의 달'로 정해 사회단체와 함께 각종 캠페인과 행사도 벌이고 있다. 유방암 발생 연령은 서구의 경우 50대에 시작해 60, 70대가 최고치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특이하게 30대부터 시작해 50대 미만의 젊은 층에서 가장 높다. 유방구조나 호르몬 작용이 서구와 다른 탓도 있겠지만 젊은 여성들이 고지방 위주의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유방암 발생 원인으로는 가족력과 유전인자 외에 공해, 고지방'고칼로리 식생활과 이로 인한 비만, 이른 초경과 늦은 폐경, 늦은 결혼과 저출산, 모유수유 기피 등이 있다.

◆통증 없어서 더 무서운 암

주부 유은숙(가명'37) 씨는 친구와 함께 우연한 기회에 유방암 검진을 받았다. 아무런 통증이나 증상이 없었는데 왼쪽 유방에서 1cm 크기의 조기암이 발견돼 수술을 받았다. 유방 보존수술을 받고 5일 만에 퇴원했고, 다행히 고통스런 항암제 대신 한 달에 한 번씩 복벽에 호르몬주사를 맞고 있다. 1주일만 병가를 낸 뒤 직장생활도 정상적으로 하게 됐다.

유방암에서 가장 중요한 증상은 통증이 없는 딱딱한 멍울이다. 어디든 '아프면 일단 암은 아니다'는 말이 있는데 유방암이 대표적인 예다. 유방암은 심지어 암이 진행돼 피부를 뚫고 나와도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유방암에서 만져지는 덩어리는 섬유선종과 달리 경계가 매끈하지 못하고 잘 움직이지도 않는 것이 특징이다. 드물지만 피 색깔의 유두 분비물, 유두 함몰, 주변 피부변화 등의 증상이 있다. 하지만 이런 증상들 모두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 나타난다.

우리나라 여성 유방암은 유난히 발생 연령이 낮다. 이 때문에 30세가 지나면 2년마다, 40세 이후부터는 매년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또 조밀한 유방조직 특성 탓에 유방 X-선 촬영만으론 조기진단이 어려워 반드시 초음파검사를 해야 한다.

다른 장기와 달리 유방은 자가진단이 중요하다. 생리가 있는 사람은 매월 생리 후 1주일쯤, 생리가 없는 사람은 매월 초나 말에 날짜를 정해 스스로 검진을 해보는 것이다. 매월 잊지 않고 자가검진을 하기는 쉽지 않다. 샤워할 때마다 거울에 비추어 외관을 살펴보고, 비누칠을 한 상태에서 중간 세 손가락으로 천천히 만져보는 것을 생활화해야 한다. 자가검진에서 암 덩어리를 만질 수 있으려면 크기가 1, 2㎝ 이상은 돼야 한다. 자칫 조기암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과신해서는 안 된다.

◆상피내암과 조기 유방암

유방암은 0~4기로 나눈다. 상피내암은 크기와 상관없이 모두 0기다. 유관 밖으로 암이 자라지 않은 초기 암의 형태. 반대로 침윤암은 암세포가 유관 밖으로 자라 주변 조직으로 퍼진 암을 말한다. 재발과 전이가 우려되는 위험한 암이다.

상피내암은 덩어리가 커도 겨드랑이 림프절로 퍼지지 않거나 재발이나 전이가 거의 없는 얌전한 암이다. 항암치료도 필요없다. 물론 범위가 넓으면 유방 절제술을 하지만 대부분 유방 보존술을 시행한다. 수술 후 방사선 치료는 필요하다.

물론 상피내암도 오래 경과하면 유관 밖으로 퍼져 나가는 침윤암으로 바뀌고 예후도 나빠진다. 1기는 종양의 크기가 2cm 미만이고 겨드랑이 림프절 전이가 없는 경우로 조기암에 속한다. 2기는 종양이 2~5cm이고 겨드랑이 림프절 전이가 심하지 않는 경우다. 3기는 5cm 이상이거나 림프절 전이도 심한 경우, 4기는 종양의 크기와 관계없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이다.

조기 유방암이란 종양의 크기가 2cm 미만이고, 겨드랑이 림프절 전이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 크기가 작은 조기암은 수술범위가 적어 수술 후 정상유방과 같은 모양을 유지할 수 있고, 부작용이 적은 항암제를 쓸 수 있다.

◆70% 이상에서 유방 보존술 가능

먼저 수술을 통해 종양을 절제하고, 재발과 전이를 막기 위해 보조요법으로 항암제 및 방사선 치료, 호르몬 치료를 선택적으로 시행한다. 유방암 수술은 유방을 남겨둔 채 암을 포함한 주위 조직의 일부만 제거하는 '유방 보존술'과 유방을 모두 제거하는 '유방 절제술'이 있다.

종양 크기가 3cm 미만이면 대부분 유방보존술이 가능하다. 그러나 더 큰 경우엔 유방을 절제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최근엔 종양이 다소 커도 미리 항암제를 3, 4차례 투여해 종양 크기를 줄인 뒤 유방보존술을 하기도 한다.

유방에는 림프관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유방암이 진행되면 암세포가 겨드랑이 림프절로 퍼지는 특성이 있다. 유방수술과 동시에 정확한 병기판정과 치료방법 선택을 위해 겨드랑이 림프절 절제술을 한다.

항암제 치료는 상피내암이나 크기가 작은 조기암에서는 시행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 암에선 초기라도 재발과 전이를 막기 위해 보조요법으로 항암제 치료를 한다. 항암제 치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작용이다. 새로 자라는 종양조직을 공격하다 보니 인체에서도 자라는 머리카락, 조혈세포, 위장점막 등을 함께 공격해 탈모와 구토가 생기고, 혈액 수치가 감소한다.

여성의 경우 인공 폐경을 초래하기도 한다. 항암제 치료 성적은 암의 병기와 종류에 따라 다르다. 아울러 치료 효과는 개인마다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이는 사람마다 다른 암세포의 특성, 항암제 민감도, 면역력 차이 때문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대구파티마병원 유방외과 김상윤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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