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대구 달서구 두류동 한 주택가 건물 2층. 굳게 닫힌 현관문 앞에서 인터폰을 누르자 "예약한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달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번호를 알려주자 이내 문이 열렸다. "어서오세요. ○○키스방입니다."
자신을 '실장'이라고 소개한 30대 남성을 따라 6.6㎡ 남짓한 밀실로 들어갔다. 잠시 기다리자 아슬아슬한 차림의 20대 여성이 바짝 붙어 앉아 과감한 신체접촉을 유도했다. 이 업소 관계자는 "인터넷 예약 위주이기 때문에 단속이 심하고 눈에 띄기 쉬운 유흥가보다는 조용한 주택가가 더 영업하기가 좋다"고 말했다.
신'변종 퇴폐업소들이 단속망을 피해 주택가로 스며들고 있다. 영업 행태가 인터넷을 통한 예약 회원제로 바뀌면서 드러내지 않고도 영업이 가능한데다 임대료까지 저렴하다는 게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대구에서 영업중인 키스방은 30여 곳에 이른다는 것. 프랜차이즈 형태로 10여 개 업소를 운영하는 대형 키스방도 있다. 키스방은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철저한 회원 예약제로 운영된다. 주로 주택가 상가건물에 여러 개의 밀실을 꾸며 영업장으로 사용한다.
키스방이 성업하면서 일부 업소는 변종 퇴폐 서비스까지 하고 있다. 직장인 김모(31) 씨는 "종업원이 입었던 속옷이나 스타킹을 주거나 가학적인 유사 성행위까지 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주택가 원룸에서 성매매를 하는 '원룸텔'도 생겨나고 있다. 대구 남부경찰서는 지난주 성매매 여성을 고용해 주택가 원룸에서 성매매 영업을 한 혐의로 업주 A(44)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또 성매매 여성 B(27) 씨 등 4명과 성 매수자 C(37) 씨 등 5명도 성매매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월 초부터 이달 16일까지 대구 남구 일대 원룸 5곳을 빌린 뒤 인터넷 성매매 광고를 보고 연락한 C씨 등 5명에게 성매매 영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폐쇄적으로 회원을 관리하는 유흥정보 관련 인터넷 카페에 성매매 광고를 올려 영업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들 퇴폐업소들은 영업장을 분산하거나 업소 이름을 수시로 바꾸는 등 치밀하게 단속을 피하고 있어 적발이 쉽지 않다. 실제 원룸텔을 운영한 A씨의 경우 의도적으로 여러 곳의 원룸 건물에 영업장을 분산해 운영하고 성매매 여성들이 업주의 연락이 오면 출근해 성매매를 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키스방들도 단속이 감지되면 영업장을 폐쇄한 뒤 회원들을 상대로 바뀐 업소명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오피스텔 1개 층을 전부 빌려 성매매 영업을 하고 있는 것과 달리 대구에서는 주택가에 숨어들어 은밀하게 영업을 하는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원룸에 방 하나만 얻어서 영업을 하는 경우도 많아 수일간 잠복을 한 끝에 검거했을 정도로 적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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