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 반월당 네거리. 한 건물 위 대형 옥상 광고에 여배우가 등을 훤히 드러낸 의상을 입은 채 드러누워 있다. 유명 주류업체의 소주 광고 간판이다.
술 권하는 광고는 버스에도 실려 있다. 동성로 중앙시네마 영화관 앞 버스 정류장 앞을 지나는 버스는 양주 광고판을 몸통에 붙이고 있다. 지하철역에도 술 광고가 버젓이 붙어 있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반월당역 벽면에는 막걸리 광고가 시민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성명여중 2학년 남수연(16) 양은 "영화관에 가도 연예인들이 소주를 마구 흔들며 술을 마시라는 광고를 하고 거리 곳곳에도 술 광고가 많이 걸려 있다. 술 광고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정부의 술 광고 규제가 '눈 가리고 아웅' 식이다. 정부는 청소년들의 음주 폐해를 막자며 오는 6월부터 도시철도와 기차역 등에서는 술 광고를 금지하도록 했지만 정작 노출이 많이 되는 버스 외부 광고나 옥상 광고는 규제 대상에 포함하지 않아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청소년의 음주를 막자는 취지에서 영화 상영관과 지하철 등에서 주류 광고를 제한키로 했다.
그동안 영화 상영관에서는 상영 중인 영화 등급과 상관없이 주류 광고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6월부터 '전체 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 상영 시 술 광고를 할 수 없다. 또 '도시철도법'에 규정된 모든 종류의 도시철도 역과 차량 안에서도 동영상이나 스크린 도어 광고에 술 광고를 금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노출 빈도가 높은 시내버스와 고층 건물의 대형 옥상 광고는 술 광고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시행령이 개정되기 전에는 TV와 라디오 등 전통 광고매체만 규제 대상이었으나 올해 6월부터 처음으로 도시철도와 영화관 내 술 광고도 규제하는 것으로 규제 강도를 높였다. 그러나 버스와 옥상 광고 뿐 아니라 인터넷과 SNS 등 다양한 광고 매체가 있는 현실에서 규제 범위가 좁은 것은 사실이다"고 인정했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술 광고를 엄격하게 하고 있다. 프랑스는 알코올 도수 1.2%가 넘는 음료를 주류로 분류해 TV나 영화관에서 주류와 관련된 모든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또 문화행사 및 운동 경기에 주류회사의 협찬을 금지해 청소년들에게 노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술 광고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미국도 미국증류주협회의 원칙에 따라 대학 캠퍼스에서 맥주와 양주 등 광고를 금지하는 한편 초'중'고교의 150m 내에는 술 광고를 하는 대형 간판 설치를 금하고 있다.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 대구지부장인 김대현 계명대 교수는 "술 광고에는 매력적인 모델들이 많이 나오는데 청소년들은 성장 과정에서 인기 가수나 연예인 등 선망하는 대상의 행동을 따라하는 경향이 있다. 청소년들이 음주 습관을 일찍 형성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적절히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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