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일상적인 대화를 하다가 자신의 주장을 조금 더 강하게 하거나 혹은 상대방의 말투를 자르기 위해 사용하는 표현 중에 '엎어 치나 메치나'가 있다. 특히 그 상황이 서로 애매할 때 대화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표현으로 참 적절한 것 같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 중에는 자신의 얘기를 상대방으로 하여금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표현이 많이 있겠지만 부부 간의 대화에서, 친구와의 대화 중 가벼운 논쟁이 일어났을 때 '업어 치나 메치나' 단 한마디의 표현만으로 모든 상황을 정리하곤 한다.
'끝맺음과 새로운 시작의 미학', '양보운전과 음악감상의 변천사', '문화유산은 스토리텔링으로도 만든다'. '고속도로 휴게소 예찬', '누구나 자신의 섬에 살고 있다', '내 생각 그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지금 보이는 것은 그때와 다르다' 등 지금까지 필자가 이 공간을 통해 나름의 철학을 밝히면서 붙였던 제목들이다. 각기 다르긴 하지만 업어 치나 메치나 그 추구한 바는 모두 하나였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였고,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 또 다른 발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었다. 하지만 내가 가진 능력의 부족함을 알게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내가 가진 것을 공정하게 나누기만 한다면 나름대로 지역예술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만 가득했고, 예술인과 예술행정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음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벽을 허물기 위한 이론적인 배경이 필요했고, 또 다른 목표와 철학을 가지고 예술행정을 공부하였다. 이제 좀 더 차원 높은 행정을 펼칠 수 있는 이론적인 무장까지 갖추었다고 자신하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환경이 일정하지 못하고 지그재그로 변화하고 있다. 비로소 혼자의 능력으로는 지역예술의 발전에 이바지하기엔 많이 부족함을 알게 되었다.
나 자신의 능력을 배가할 수 있는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무엇으로 스스로의 변화를 시도해볼까. 많은 생각을 해보지만 아직은 마땅하지가 않다. 내 철학을 완성시켜 줄 조력자가 필요한 것 같다. 예술발전은 예술인의 노력이 첫 번째이지만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환경이다. 그것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은 결국 행정력뿐이다. 예술인과 행정 사이의 벽을 허물기 위한 노력을 같이 할 사람을 찾아야겠다. 업어치나 메치나 마찬가지라고 필자의 복잡한 생각들을 한 번에 끝내 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여상법(대구문화예술회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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