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를 둔 직장인 최모(34'여) 씨는 요즘 한숨이 절로 나온다. 큰아들(5)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한 달에 40만원 정도 되는 수업료 석달치를 현금으로 한꺼번에 내야 한다'고 통보했기 때문.
매달 은행 대출 이자와 각종 보험료, 아파트 관리비를 내는 것도 벅찬 최 씨는 수업료를 매달 내면 안 되냐고 유치원에 물어봤지만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최 씨는 "큰애 유치원 수업료와 둘째딸 어린이집 보육료까지 함께 내려면 이번 달에만 현금 160만원이 필요하다"며 "수업료뿐만 아니라 현장학습비, 원복비, 교재비는 또 따로 내야하는데 대학등록금처럼 유치원비 대출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유치원비를 월수납 방식으로 바꿨지만 대다수 사립 유치원들이 3개월치를 한꺼번에 내라고 강요해 학부모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게다가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되는 유치원도 상당수여서 유치원 측의 횡포에 학부모들이 울상을 짓고 있는 것.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4월부터 학부모들의 학비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유치원비를 월납으로 내도록 관련법 조항을 바꿨다. 유아교육법 시행규칙 제8조에 '수업료는 월별로 균등하게 나눠 징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학부모의 신청이 있을 때만 분기별로 징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대구 주요 사립유치원 10곳을 취재한 결과 7곳이 월 납부를 거부했다. 이 중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되는 곳도 5곳이나 됐다. 또 월 납부가 되는 유치원 3곳 중 2곳도 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달서구의 한 유치원 관계자는 "법률이 바뀐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고 시교육청이 지원금을 분기별로 주고 있어서 분기납을 학부모에게 권유한 것"이라며 "원하는 학부모에 한해서 월 납부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주부 김모(34) 씨는 "지난해 신문에서 유치원비 수납이 월납으로 바뀌었다는 기사를 보고 유치원에 얘기했더니 '가정 형편이 어려우면 그렇게 해도 된다'며 자존심을 깎아 속이 상했다"며 "석 달에 한 번씩 100만원이 넘는 금액을 현금으로 내는 것은 큰 부담"이라고 불평했다.
최근 5년간 대구의 사립유치원 수업료도 꾸준히 오르고 있어 부모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립유치원 평균 수업료는 24만원으로 2007년(18만9천600원)에 비해 26.5% 증가했다. 게다가 통계에 포함된 수업료에는 교재비와 현장 학습비 등 추가 비용이 빠져 있어 학부모들이 내야 하는 유치원비는 이보다 훨씬 많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법률이 개정돼 대구 지역 유치원에 관련 공문을 보내 월납 징수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렸는데 현실이 이런 줄 몰랐다.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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