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짜 대리기사 '길콜' 아뿔사!

"집까지 안전하게 모십니다" 유흥가 취객들 길거리 호객, 강도로 돌변

27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식당가에서 등록대리운전회사 기사들이 콜센터 호출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대리운전회사에 등록하지 않은 채 길거리에서 대리운전을 제안하는 이른바
27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식당가에서 등록대리운전회사 기사들이 콜센터 호출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대리운전회사에 등록하지 않은 채 길거리에서 대리운전을 제안하는 이른바 '길콜'은 범죄수단으로 악용되기 쉬워 주의가 요구된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직장인 A(47) 씨는 지난해 11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오전 1시쯤 대구 북구 산격동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대리운전기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남성이 "대리 필요하세요?"라며 말을 걸어왔다. A 씨는 추운 날씨에 잘 됐다 싶어 그에게 차를 맡기고 10분 거리에 있는 집까지 도착했다. 하지만 집 앞에서 남성이 돌변했다. 그가 지갑에서 1만원을 꺼내려는 순간 현금 30만원이 든 지갑을 빼앗아 달아나 버린 것. A씨는 "술에 취해 있었고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그를 쫓아가지 못했다. 처음부터 나를 노리고 범죄를 저지른 것 같다"고 했다.

유흥가 주변에서 취객에게 다가가 대리운전을 제안하는 이른바 '길콜'이 범죄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대리운전회사에 등록하지 않은 길콜 대리기사들이 취객을 위협해 금품을 갈취하고 폭행을 가하는 등 범죄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범죄에 악용되는'길콜'

직장인 B(45) 씨도 이달 5일 '길콜'대리운전기사로부터 피해를 당했다. 대리운전업체에 전화를 한 뒤 식당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대리 부르셨어요?"라며 한 남자가 왔다. B씨는 의심없이 남자에게 차 키를 건넸고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 하지만 며칠 뒤 B씨는 대리기사에게 국우터널 통과료를 내라며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를 줬는데 카드를 돌려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그는 "대리운전업체에 전화해 따졌더니 오히려 그쪽에서 '고객님이 기사를 바람 맞혔다'며 화를 내더라. 한참 지나서야 가짜 대리기사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대구에서 길콜 대리운전기사 행세를 하며 취객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금품을 빼앗은 4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 북부경찰서는 23일 운전면허도 없이 운전을 하고 수차례에 걸쳐 취객의 돈을 훔친 혐의로 K(46) 씨를 구속했다. 북부경찰서 형사과 강력2팀 김재형 형사는 "K씨는 20년 전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사람이다. K씨는 대리운전이 필요한 취객들에게 다가가 대리기사인 척했고 취객이 지갑을 열면 강도로 돌변했다"고 설명했다.

◆기사 전화번호 꼭 확인해야

대리운전회사 소속 기사들은 가짜 대리기사들이 길콜을 위해 유흥가 곳곳에서 암암리에 활동 중이라고 말한다. 유흥가가 몰린 수성구 황금동과 들안길, 달서구 국민연금네거리 등에서 PDA(개인휴대정보단말기)도 없이 대리운전을 권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짜 대리기사라는 것.

대리운전 경력 5년차인 서모(50) 씨는 "일반 대리기사들도 수수료 3천원을 내지 않기 위해 길콜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전문 절도범들은 처음부터 술집 앞에서 비상등을 켜고 기다리는 취객에게 접근한다. 취객이 가짜 대리기사에게 차키를 건넸다가 폭행을 당한 뒤 차까지 뺏긴 경우도 있고, 여자 운전자만 노리고 나쁜 짓을 저지르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운전자들이 대리운전업체를 통해 정식으로 등록된 대리기사에게 운전을 맡겨야 이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최원철 대구지역대리운전노동조합 부위원장은 "대리운전업체에 전화를 하면 대리기사들이 10분 안에 현장으로 달려온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신분이 보장되는 대리기사에게 맡겨야 한다. 또 대리기사를 만나면 전화번호 뒷자리를 물어보고 내가 부른 기사가 맞는지 추가로 확인해야 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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